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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휴대전화 절반 생산 … 베트남 중장기 투자할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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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국내 투자자들에게 베트남펀드는 ‘눈물의 펀드’다. 국내에 베트남펀드 열풍이 분 건 2006~2007년, 그러나 2008년 이후 베트남 경제는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베트남펀드가 올 1분기 평가에선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한국투자신탁의 베트남월드와이드혼합1의 수익률은 23.72%로, 해외주식혼합형뿐 아니라 국내주식형·해외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가장 성과가 좋다.

비단 이 펀드만의 얘기가 아니다. 해외주식혼합형 수익률 상위 7개 펀드가 모두 베트남펀드로, 7위 펀드 수익률이 18.49%다. 베트남펀드 원조 운용사로 불리는 한투운용의 김영일 최고운용책임자(CIO)는 4일 “삼성전자가 베트남을 바꾸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을 바꾼다니 무슨 말인가.

 “2012년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의 수출액이 베트남 연간 총수출액의 11%를 차지했다. 지난달엔 베트남 제2공장도 가동에 들어갔다. 제1공장과 제2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삼성의 휴대전화 절반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LG전자도 베트남에 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글로벌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근 20년 가까이 무역수지 적자였던 베트남이 최근 2년 흑자를 기록했다.”

 - 2000년대 후반과 상황이 달라진 건가.

 “무역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정부가 금융개혁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게 금 거래 일원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다.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자 일반인들도 금 투자에 나섰고 금 투자가 늘수록 통화가치는 더 떨어졌다. 중앙은행이 금 거래를 독점하게 되면서 통화가치가 안정을 찾고 있다. 경제의 구조적인 부분, 일명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신흥국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데.

 “베트남에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 건 2012년 말부터다. 무역수지 흑자에 힘입은 반등이었다. 지난해 버냉키 쇼크로 신흥국이 어려울 때도 베트남은 선전했다. 경제가 워낙 좋지 않아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 당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지 않은 게 오히려 약이 됐다. 테이퍼링으로 빠져나갈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이 올랐다곤 하지만 말레이시아나 필리핀 같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하면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베트남 시장 시가총액이 60조원 수준이다. 너무 작은 것 아닌가.

 “삼성전자 시총의 3분의 1도 안 되니 작은 시장은 맞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준으로, 경제 규모와 비교해도 작다. 시장이 작다 보니 외국인 투자자가 조금만 들어와도 급등하고 조금만 빠져도 급락한다. 국가신용등급도 투자 부적격 등급(B등급)이다.”

 -그럼에도 투자할 만하다는 건가.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있다. 올 초 베트남 2위 국영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이 상장하는 등 정부도 시장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은 데서 오는 리스크도 줄어들 전망이다.”

 베트남펀드는 투자자뿐 아니라 운용사에도 상처와 교훈을 남긴 펀드다. 베트남월드와이드혼합펀드는 2011년 만기를 맞았지만 수익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만기 연장을 결정했다.

신규 가입 없이 환매만 이뤄지고 있다. 한투운용도 운용보수를 받지 않는다. 1호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2호는 여전히 원금 손실 상태다. 김 CIO는 “모든 투자자가 수익을 얻고 환매할 수 있게 운용에 힘쓰겠다”며 “신규 투자자들도 분산투자라는 원칙 아래 투자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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