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질·양을 과시한 칸느 영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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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6년도 「칸느」영화제만큼 압도적인 질량을 자랑한 해는 없을 것 같다.
지난 14일 밤 막을 연 「칸느」의 축재는 1천5백여명의 취재기자들과 2백50명의 「카메라맨」, 예선에 통과하거나 초대된 작품 5백여「필름」(50여개 국)등 그 규모로서도 이 영화제 사상 전무후무한 것이다. 개막을 장식하는 영화는 미국 영화 사상 불멸의 공적을 남긴 여우「그레타·가르보」의 황금기를 주제로 삼은 『할리우드·할리우드』.
「진·켈리」가 감독한 이 영화는 미국 MGM의 역사를 「뮤지컬」화 한 것. 폐막을 장식할 「히치코크」의 『가족 음모』는 「서스펜스」의 대가임을 입증한다. 가짜 점장이와 보석상 경영의 정부가 부호 고객들의 보석들을 끌어내는 범죄를 다룬 「히치코크」의 출품작은 『할리우드·할리우드』와 함께 초대된 작품. 개막과 폐막을 미국이 장식할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장 역시 「테네시·월리엄즈」가 맡아 이번 영화제는 미국 건국2백 주년을 축하하는 듯한 인상도 남긴다.
이밖에도 「스토카드·채닝」주연이며 『허수아비』로 몇 해전 최우수상을 탄 「제리·샤츠버그」감독 작품인 『한 미국 소녀의 꿈』·「워터게이트」사건을 다룬 『대통령의 사람들』·『속 대부』라는 별명을 얻은 「마피아」를 주제로 한 『택시 운전사』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주최국인 「프랑스」는 감독의 국적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로지」의 『「크레인」씨』와 「로만·폴란스키」의 『세든 사람』이 주목을 끈다. 「알랑·들롱」주연의 『「크레인」씨』는 「나치」점령기의 숨막히는 탄압 속에서 「프랑스」인들이 다른 「프랑스」인들에게 얼마나 잔혹했으며 비인간적이었다는 불신 시대를 그렸으며 『세든 사람들』은 제목 그대로 셋방살이의 악몽 같은 세계를 그린 것으로 「오스카」후보에 올랐던 「이사벨·아자니」주연.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유력시되는 우수작들은 「이탈리아」에서 많이 출품했다. 『「파리」의 마지막「탱고』로 영화 혁명을 일으켰다는 「베르나르도·벨토루치」의 『1900년』「루치노·비스콘티」 최후작이라는 「다눈치오」원작의 『무고한 사람』과 「프란체스코·로지」의 『매혹적인 시체들』이 최우수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것. 「버트·랭카스터」 「도머니크·산다」 「제라르·데파르디유」 주연인 『1900년』은 소작인과 지주의 이야기를 이중으로 다룬 정치 사회적 영화. 「비스콘티」의 『무고한 사람』은 사회의 밑바닥을 파헤친 거작이란 명가며 『매혹적인 시체들』은 「히치코크」와는 유행을 달리한 사회성 있는 추리물로 「리노·벤투라」가 열연.
가혹한 세금 때문에 조국 「스웨덴」을 등진 「잉그마르·베르히만」의 『대결』은 초대 작품. 「베르히만」의 출국으로 「스웨덴」최후의 영화라는 별명이 붙은 이 작품은 직업과 사생활의 갈등으로 자살에 이르는 심리적 과정을 묘사했다.
이 세계적인 축제에 한국 영화는 어느 구석에도 끼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한국은 지난 3월 작년에 「칸느」제에 출품, 『영화의 상식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예선에서 떨어진 창피를 당한 『이중섭의 일생』을 그대로 냈다가 퇴짜를 맞았다. 여기에 북괴 영화 2편이 본선에 올라가 마치 한국영화를 대표한 것 같이 행세하고 이곳에서 선전된 것은 통탄할 일이며 한국 영화계의 일대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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