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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의 수입 대체 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업화의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의 그것은 지금까지 주로 수출 증대에 의존하는 국내 산업 개발, 특히 수입 대체 산업의 육성에 주력해 왔다. 이 같은 개발 전략이 그 동안의 공업화 과정에서 어떻게 기능해 왔는지에 대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은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발표한바 있다.(본보 17일자 참조) 이 연구 보고서가 지적 한대로 수출 주도형 공업화 전략은 세 차례의 개발 계획에 지속적으로 반영되어 성장의 큰 동인이 되어 왔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또한 산업 구조의 고도화에도 기여함으로써 상당한 수입 대체가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60년대까지 수입에 의존했던 주요 경공업이나 중간재 산업의 대부분이 수입 대체를 실현함으로써 경제의 자급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수입 대체를 통한 산업 개발이라는 당초의 목표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다만 자본과 기술 집약도가 높은 중화학공업 부문에서는 아직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채 남아 있다.
문제는 중화학공업까지도 완전한 수입 대체가 가능한가, 또는 이 부문의 수입 대체가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점은 아직도 논의의 여지가 남아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4차 5개년 계획이 확정되기 이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중화학공업의 수입 대체를 상대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강제적 여전들이 지적될 수 있다. 우선 규모의 경제성이 문제된다.
방대한 시장을 전체로 한 생산 규모의 적정 수준이 유지되어야 한다. 국내시장의 협소를 보완할 수 있는 해외시장은 경쟁력에서 뒤지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다. 자본과 기술의 집약도를 극복할 만한 능력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이 부문의 수입 대체를 이룩하려면 결국 방대한 자본재와 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오지 않으면 안 된다.
동 보고서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는 결국 영구적으로 국가적 부담만 가중시키고 한정된 자원을 비효율적인 부문에 집중 배분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이는 소비자 부담 증가와 낭비를 초래하여 오히려 성장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만 본다면 중화학공업의 조급한 수입 대체 보다는 차라리 시장 경쟁력이 있는 부문의 개발에만 집중하고 비교 열위 산업은 수입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전통적인 국제분업론의 원칙에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수입 대체의 비효율성을 예증하는 남미의 경험, 예컨대 60여 개의 자동차 회사에서 1년에 겨우 6천대씩 만들어 내는 불경제는 이미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경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나라의 공업화 방향이나 산업 구조의 편성 기준은 이처럼 반드시 비교 생산비 기준으로만 다져질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한 개발 단계에서 가장 적합한 산업 구조는 정태적인 경쟁력의 기준에서보다는 오히려 장기 동태적 관점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경우 소득 탄력성이나 생산성의 기준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이점에서 중화학공업의 수입 대체는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과제임에 변함이 없다.
다만 이 보고서가 지적하듯이 석유화학이나 철강 공업에서의 무리한 수입 대체가 초래하는 외채 부담의 격증이나 시장 규모와의 연관성을 소홀히 생각하는 전시 효과적 투자가 빚어낸 비효율과 낭비는 지금이라도 불식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곧 확정될 4차 계획에서는 중화학공업과 관련된 이런 문젯점들이 신중하게 배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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