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의 초과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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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방세의 운영제도를 개선해야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 같다. 우선 지난 한해동안의 운영실적이 그것을 입증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에 거둔 지방세 총액이 목표액보다 26%나 초과 징수되었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고 국민의 재산가치가 높아진 결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초과징수라면 굳이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지방세 징수는 주로 내무부의 대폭적인 과표인상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지방세는 국세에 비해 세액규모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 부담이 거의 전 주민들에게 골고루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 신경을 써야할 부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방세제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과표 사정업무가 내무부로 이관될 때부터 우리는 각별히 신중한 운영을 당부해온 것이다.
그러나 과표 운영의 실제에서는 내무부가 지나치게 증세에만 집착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과표 현실화를 내걸고 이루어진 지난해 중의 각종 조치는 대부분 과표와 등급의 과격한 인상만 초래함으로써 주민부담이 너무 갑작스럽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재산세의 경우는 74년도에 65%나 늘어난 데 이어 75년도에도 다시 79%가 늘어남으로써 2년 동안 3배 가까운 세금을 더 거둔 셈이 된다. 이런 과격한 조세증가에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으며 조세저항을 유발하기 쉽다.
더욱 큰 문제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의적으로 세액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부동산의 시가표준은 내무부가 정한다고 돼있으나 조정비율의 적용이나 등급결정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다투어 대폭적인 인상만 능사로 삼았던 전례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부터 국세에 비해 그 운영이 허술했던 지방세제도는 이제 거기에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까지 겹침으로써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세는 본질상 국세를 보완하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급격한 증세중심의 지방세 행정이 지속된다면 조만간 국세와 경쟁적인 관계를 이룰 우려조차 없지 않다. 절대규모는 물론, 갈수록 다양화돼 가고 있는 세목이나 조세구조로 봐서도 그렇다.
이런 사태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방세제도 국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규제 받도록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실질적으로는 법률에 의해 세율이 정해지는 국세와 마찬가지로 지방세의 과표 결정도 특정 행정조직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부득이한 경우라도 지금처럼 내무부가 단독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국세행정과의 연결성을 가지도록 재무부나 국세청과 다시 전처럼 협의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조세 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추어서도 당연한 요청이 아니겠는가. 지방세 심판기구의 설치도 마찬가지 이유로 시급하다. 현재로서는 부당한 지방세 부담을 시정할 객관적 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신규로 세목을 늘리거나 토지등급을 매기는 일 등 주민부담의 증감과 직결되는 모든 결정도, 되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없도록 지방세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국세와 지방세간의 적절한 세목조정이나 통·폐합도 아울러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지방세는 너무 비대해져 이미 지방주민의 관심사로만 끝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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