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대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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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융제도는 경제의 규모와 체질의 변화에 따라서 적절히 조정개편 되어야만 경제의 순환과 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우리의 경제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서 근자 금융의 대형화·국제화 작업이 촉구되고 있는 터다. 정부도 그러한 요청에 부응하고자 금융제도를 새로운 경제환경에 적합하도록 개편해 나가고 있는 중이며 그 일환책으로서 8일 몇 가지 중요한 개편조치가 단행됐다.
수출증가와 더불어 연불수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서 수출입은행을 독립시키고 신용대출제도를 정착화 시키기 위해서 신용보증기금을 독립시키는 것은 시의에 맞는 일이다.
또 금융대형화와 국제화의 주축이 되어야할 일반은행을 대형화하는 자극제로서 우선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을 합병토록 한 계획은 이 나라 금융 사에 하나의 전환점을 긋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60년대부터 국제적인 금융의 대형화·국제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었던 것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경제규모나 체질이 그러한 경향을 소화시킬 수 없었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경제의 양과 질이 금융의 대형화를 충분히 소화시킬 만큼 발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를 요청하고 있는 국면이다. 거대화하는 기업규모와 그에 따른 내외자 수요의 거액화 경향, 그리고 대외자금거래규모의 확장추세를 금융이 감당하지 못하고서는 이 나라 기업과 경제의 정상적인 확대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므로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의 합병은 비단 당사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모든 금융기관의 대형화·국제화가 자극되고 촉진되는 동인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의 합병은 그 합병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이를 기점으로 하여 전반적인 금융의 대형화·국제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며, 이점 정책당국은 물론 일반은행 당국자들이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합병이 성공하려면 이질의 동질화라는 어려운 작업이 성공해야 한다. 그러므로 동질화 과정의 단축을 위한 인화와 사기의 앙양에 대해서 각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며, 합병 후의 경영을 맡을 임원진의 인선은 고차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의 합병에는 장점과 단점이 병존하는 것이므로 단점을 보완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산업의 경우 산업합리화를 위한 정책적인 합병에는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합병을 지원하는 배려가 필요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솔직이 말해서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은 문제점을 비교적 많이 내포하고있는 은행들이므로 합병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체중이 무거워지면 그를 지탱하는 체력도 비례이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또 합병작업과정에서 양 은행의 직원에 불이익이나 불안감이 조성됨으로써 두 은행의 업적이 일시적이나마 위축된다면 합병의 취지에도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당국이 직원의 비자발적인 실업은 없을 것임을 보증한 터이므로 일단 안심은 되는 것이나 일보 전진하여 합병으로 양 은행의 직원에도 이득이 있음을 실증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은 열과 성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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