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아이와 함께 하는 자연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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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죽어 있는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지내는 아이와 숲의 생명을 느끼며 사는 아이, 누가 더 행복할까요." 생태교육연구소 '숲(www.ecoedu.net)' 남효창 소장이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선뜻 숲을 체험하러 나서기는 어렵다. 아이를 데리고 수목원을 찾아가도 막상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오갈 때 길이 막혀 고생할 것도 걱정된다.

하지만 멀고 울창한 숲이 굳이 아니어도 좋다. 남소장은 "가까운 뒷산이나 공원이라도 자주 찾아가 자연과 친하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숲을 찾아가서 뭘 하고 놀면 좋을까. 지난 주말 한세진(5.여.서울 신길동).승원(3)이가 엄마.아빠랑 봄맞이 뒷동산 탐방에 나섰다. 이날 체험 프로그램은 '숲' 연구소의 도움으로 꾸몄다.

# 매미놀이로 몸 풀기

본격적인 숲 놀이를 하기 전에 몸풀기에 들어갔다. 아빠 한혁수씨는 먼저 아이가 팔.다리로 감싸 안기에 적당한 굵기의 나무를 골랐다.

"누가 누가 나무에 오래 매달리나 내기 해볼까? 자, 시작! 하나.둘.셋…."

나무 둥치에 매미처럼 찰싹 붙어서 오래 버티면 된다. 숫자를 많이 셀 필요도 없다. 아이가 '크다'고 생각하는 수만 넘어가면 된다. 열둘까지 세고 셈을 멈췄는데도 세진이는 "열둘이나 셀 때 까지 매달려 있었다"며 자랑한다.

나무를 껴안으면서 아이와 숲의 인사가 시작된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면 열이 나서 몸이 풀린다.

# 숲의 소리 알아보기

"봄인데도 나무 열매가 떨어져 있네. 예쁜 열매를 주워보자."

봄 숲에서도 솔방울 등 나무 열매를 주울 수 있다. 비슷한 크기의 솔방울 한 쌍, 도토리 한 쌍 등 같은 종류의 열매를 두 개씩 모았다. 엄마 임수정씨는 미리 준비해 온 필름통에 열매를 하나씩 담았다.

"어떤 통에 든 게 같은 열매일까? 뚜껑을 열어보면 안돼. 통을 흔들어봐. 소리를 잘 듣고 찾아보는거야."

세진이는 처음에는 답을 잘 맞히지 못했다. 여러번 반복하고나서 실력이 나아졌다. 어린 승원이는 더 어려워했다. 대신 열매가 든 필름통을 악기삼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귀로도 볼 수 있다는 걸 깨닫는 놀이다. 열매의 종류가 많으면 어른들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 뭐가 달라졌지

"세진아, 승원아. 나뭇가지.돌멩이.열매.나뭇잎.꽃…. 아무거나 예쁘고 마음에 드는 거 모아보자."

봄이라 낙엽도 있고 누군가가 꺾었다가 던져놓은 꽃가지도 있다. 아빠.엄마는 하얀 종이 위에 아이들이 주워온 걸 늘어놓았다.

"뭐가 있는지 잘 봐. 엄마가 종이 위에 있는 것 중에 하나를 치울거야. 그럼 뭐가 없어졌는지 찾는거다."

한동안 아이들은 종이 위에 놓인 자연물들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자, 이제 뒤로 돌아."

엄마는 커다란 나뭇잎을 살짝 숨긴다.

"뭐가 없어졌는지 찾아봐."

빈 공간이 생겼지만 아이들은 한동안 달라진 점을 찾지 못해 어리둥절하다. 고민하던 아빠.엄마는 흰 종이 대신 색종이를 바닥에 깐다.

"이번에는 노란 색종이에서 하나를 없앨거야. 잘 봐 둬."

아이의 수준에 맞춰 즉석에서 난이도를 조절했다. 반대로 사물의 종류를 늘리거나 위치.모양 변형 등 놀이 방법을 바꿔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

# 균형 잡기 놀이

엄마가 나뭇가지를 세진이의 손에 올려놓자마자 스르르 떨어진다.

"나뭇가지가 땅에 떨어지지 않게 손가락 위에 잘 올려봐."

나뭇가지를 손가락 위에 올려 균형을 잡는 놀이다. 손가락 힘이 약한 승원이는 손가락 여러 개 위에 올려놓는 놀이로 바꿨다. 무게 중심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놀이다. 더 큰 아이들이라면 돌멩이나 큰 나뭇조각 위에 나뭇가지를 올려 놓고 균형을 잡아보도록 한다.

# 나무 탁본 뜨기

"승원아, 아빠랑 그림 그리자. 크레파스로 살살 색칠하는거야."

아빠.엄마는 나무 둥치에 흰 종이를 놓고 손으로 끝을 붙잡았다. 승원이는 울퉁불퉁한 나무 껍질 화판 위에서 독특한 질감의 나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화판이 되는 나무를 바꿔 그림을 그리면 또 다른 느낌이 나온다. 더 큰 아이들이라면 크레파스를 옆으로 눕혀 살살 색칠하는 방식으로 나무 껍질 탁본을 뜨는 놀이를 할 수 있다.

탁본 뜨기 놀이는 초등학교 3학년 과학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껍질도 다르게 생겼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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