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철조망 없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 평소에 대비를 않고있다가 도둑을맞은 다음에야 뉘우치지만이미 소용이 없다는 것을뜻하는 말.
대도시 주택가에서는 밤낮없이 극성을 부리는 도둑들 때문에 피해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시민들의 소극적인 방범의식은 예나 지금이나 별변화가없다.
1월20일하오2시쯤 서울용산구후암동19, E목욕탕에서 박모씨(32)는 옷장에 넣어두었던 현금 37만원등 4백77만원 상당을 목욕하는 사이에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결국 못찾고 말았다.
거액의 현금을 몸에지니고 다니는 습관이나 안전이 보장되지않는 대중목욕탕·「버스」안등에 귀중품이나 많은 현찰을 예사로 휴대하는 지나친 소유의식등은 모두가 도둑을 자청하는 현명치못한 생활태도들이다.
미국 「예일」대의 「한스·폰·한티그」교수는『소심한 사람은 폭행당하기쉽고, 외로운 사람은 유혹당하기 쉬우며 욕심많은 사람은 사기당하기 쉬운것처럼 돈간수 못하는 사람이 도둑맞기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일반범죄와 마찬가지로 도난에 대한 책임은 피해자에게도 있다는 것이「한티그」교수의 주장. 『도둑은 한가지죄, 잃은사람은 열가지죄』란 속담이 말해주듯 간수를 소홀히하는 시민들의 방범의식 결여가 도범예방에 가장큰 문제점.
얼마전 서울서대문경찰서에 검거된 2인조도둑 김지수(29·절도전과 5범)와 안기환(32·절도전과3범)은 서울서대문구연희동·동교동·서교동 고급주택을 무대로 60여차례에 걸쳐 1억3천여만원어치를 훔쳐낸 집털이 전문절도범. 이들은 현장검증결과 모두 안방의 장롱이나 경대서랍에 든 현금과 귀금속을 턴 것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귀중품온 장롱이나 경대서랍에 보관해두고 방심하고있지만 이런곳은 예상외로 도둑들이 쉽게 노리는 안전 「제로」지대.
특히 고급주택일수록 방마다 방음장치가 잘돼있어 가족들이 거실에서 TV등을 보고있는 사이에 도둑이 침입, 장롱문을 열고 서랍의 열쇠를 부숴도 모르기마련. 이 때문에 고급주택가의 도둑들은 전기절단기 「드라이버」등 전문공구까지 갖춰 쇠창살을 자르는등 대담한수법을 쓰고있지만 사전발각이 잘돼지않는다는것.
귀금속·패물등 귀중품도 현금과 마찬가지로 시중은행에 보관하는 대(대)금고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일반의 이용도는 극히 낮은 실정.
15년동안 도범전담을 해온 심익섭경위(서울서대문경찰서소속)는 『시민들이 담장에 쇠창살이나 철조망은 거창하게 설치하지만 도범예방장치같은 과학적인 대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의외로적다』고 지적했다.
겹겹이 둘러쳐진 철조망도 도둑들은 가마니나 담요한장만 걸치면 힘들이지않고 넘을수있고 쇠창살은 도리어 도둑들에게 손잡이 구실을 하는때가 많다는것.
경보기 제조업자인 H씨는 철조망을 설치하는 비용이면 도둑이 담을넘거나 집안에 침입합때 요란한 「벨」소리와함께 「서칠라이트」까지 켜져 도둑을 혼비백산케하는 최신경보장치를 할수있는데도 시민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발정신의 결여도 도둑을 키우는 요인중의 하나.
.경찰에 마르면 도둑을맞은 시민들이 도난신고를 하는경우는 고작35%.
나머지 65%는 도둑을 맞고도 운수소관으로 돌리그 체념해버리는 실정. 「버스」안같은데서 치기배현장을 목격한 시민들가운데도 후환을겁내 못본체하는 경우가 너무많다.
한 수사전문가는 밤중에 도둑이 들었을때 『불이야』하고 소리치면 이웃사람들이 뛰어나와도『도둑이야』하고 외치면 달려나오는 이웃이 거의없다고 개탄했다.
도둑을 맞는 불행은 나쁜운수나 경찰의 무능탓이라기보다 피해자 자신의 방심과 무방비가 더큰 원인이 되고있는 것이다. <김진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