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경호역전 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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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낙후된 한국「마라톤」의 중흥을 기하기 위해 중앙일보·동양방송이 마련한 경호역전경주대회가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다.
이번 대회는 7개 시·도가 출전한 가운데 30일 목포를 출발, 5일간에 걸쳐 호남평야를 꿰뚫고 일로 북상 끝에 4월3일 서울에「골·인」하게 된다.
한국「마라톤」은 세계「마라톤」계에 끼친 공헌으로 보아 우리나라 체육계가 세계에 대해서 커다란 자부를 느낄 수 있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일제하의 1936년, 우리나라 출신 손기정선수가 「베를린·올림픽」을 석권했을 때 우리는 잃어버린 조국을 슬퍼하면서도 이「마라톤」을 통해 한국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때 손기정 선수가 수립한 2시간29분19초2라는 기록은 그 당시만 해도「마의 30분대」를 처음 돌파한 신기록이어서 세계「마라톤」계에 남긴 의의는 자못 대단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전통을 세운 한국의「마라톤」은 해방후인 1946년「보스톤」대회에서 서윤복 선수가 1위 남승룡 선수가 10위로, 1949년「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함기용·송길윤·최윤칠의 3선수가 각각 1, 2, 3위를 독차지함으로써 세계「마라톤」사상 일찌기 볼 수 없던 불멸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 후에도 1952년「헬싱키·올림픽」에서의 최윤칠 4위 입선, 1958년 동경「아시아」경기대회서의 이창훈 우승 등으로 한국의「마라톤」은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떨쳐왔었다. 그러나「마라톤」이 종래의「인내」「페이스」에서「스피드」의 요소가 가미되자 외국의 수준이 높아진 반면 한국은 정체상태를 면치 못해 오늘날은 세계기록이 2시간11분대인데 비해 우리는 2시간16분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침체를 벗어나「마라톤 한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민족적 비원에 따라 6년 전에 창설되고, 그 이래 해마다 계속된 것이 경호역전대회인지라 이 대회에 거는 겨레의 기대는 실로 크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회의 출전선수는 내일의 역군을 기르기 위해 중·고생들로만 제한하고 있다.
창설당시에는 언제 이들이 한국을 대표해 역량을 발휘할 것인가 하고 회의도 했지만, 어느덧 5년을 지나는 동안이며 상당수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65년에 2시간16분15초의 한국최고기록을 낸 문흥주 선수를 비롯해 지난 3월21일의 동아「마라톤」대회서 한국「마라톤」을 재기시켜준 박원근 선수 등이 경호역전에서 뼈가 굳은 선수들이니 그 성장의 결과에 대해 우리는 흐뭇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올해부터는 대회의 전장이 종래의 501.55㎞에서 521.05㎞로 늘어나 국내 최장의 역전「코스」로 등장했다.
과거에도「코스」는 근대화의 과정에 따른 지방사업 때문에 일부 국지적인 변경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충북 도민들의 열화와 같은 염원에 따라 올해는 충북지방을 관통하느라고 그 전장이 19.5㎞나 더 늘어난 것이다.
작년까지는 대전을 출발, 경부철도를 따라 천안으로 직행했는데 금년부터는 대전에서 신탄진읍을 거쳐 소로의 충북도로 들어선 후 청주시와 조치원을 경유해 천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같이 전장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소구간도 크게 변경되었기 때문에 올해의「레이스」는 그 승부와 기록에도 예측 못할 많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봄이라 일기가 고르지 못하고「코스」마저 순탄치 못해 어려움이 많겠지만 온 국민은 이들 어린 선수들의 건투하는 모습을 북상하는 화신과 함께 기다리면서 「마라톤」중흥의 기쁜 소식이 나라안 전체에 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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