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추월" … 일본, 하네다 국제선 규제 없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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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국제선 운항을 대폭 늘리고 24시간 서비스 체제를 갖춘 하네다 공항의 국제선 터미널. [지지통신]

인천공항에 빼앗긴 ‘아시아의 허브 공항’ 자리를 되찾기 위해 일본이 칼을 빼 들었다.

 승부수는 ‘하네다(羽田) 공항의 국제선 기능 강화’다. 하네다 공항은 지난달 30일부터 국제선 연간 운항 횟수 한도를 기존의 6만 회에서 9만 회로 50% 늘렸다. 연면적이 1.5배 확장된 것을 비롯해 탑승 수속 카운터가 96곳에서 144곳으로, 탑승 게이트와 주기장(駐機場)도 10곳에서 18곳으로 늘렸다.

 그동안 일본은 ‘국내선=하네다, 국제선=나리타(成田)’의 이원화 정책을 고수해 왔다. 이 공식을 깬 것은 나리타가 도쿄 도심에서 90분 넘게 소요되는 데다 국내선과의 연계도 뒤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불편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지방에 사는 일본인마저 인천으로 가 환승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현재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환승객은 771만 명. 이 중 20%가량은 일본인이다.

 나리타는 또 소음 문제로 심야시간 이착륙이 금지돼 있다. 그렇다 보니 나리타의 연간 이착륙 횟수 한도가 27만 회인데 실제 이착륙은 21만 회에 불과하다. 결국 2011년 인천공항에 동북아 환승객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국제선 이용객 수도 홍콩 첵랍콕, 싱가포르 창이, 인천, 태국 방콕 등 아시아 주요 공항 중 최하위로 전락했다.

 상황 타파를 위해 일본 정부는 규제를 확 풀었다. 반경 2000㎞로 돼있던 하네다의 국제선 제한거리를 없애 장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케 했다. 일각에서 “하네다의 규제를 풀면 나리타가 망한다”고 반발했지만 “오히려 쌍끌이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하네다의 외국 취항도시는 17개 도시에서 23개 도시로 확대됐다. 런던·파리·밴쿠버·프랑크푸르트 등 장거리 노선이 대거 투입됐다. 일본항공(JAL)의 우에키 요시하루(植木義晴) 사장은 “하네다 공항이 국내선-국제선 허브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하네다의 경우 도심에서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 내륙에 있는 나리타와는 달리 도쿄만을 매립해 만든 곳이라 소음 등 민원이 없다. 활주로 추가 확장과 24시간 운영이 수월하다. 기존 활주로 연장 공사를 올해 말까지 끝내고 다섯 번째 활주로를 신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한마디로 “인천을 따라잡고 추월하기 위해선 뭐든 한다”(일본 항공업계 관계자)는 것이다. 물론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내년 3월까지 나리타·하네다 공항의 이착륙 가능 횟수를 서울(37만 회·김포+인천)의 2배 이상으로 늘려(75만 회) 아시아와 세계의 성장동력을 일본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드웨어 변화뿐만이 아니다. 외국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디테일을 내놓았다. 무슬림 여행객을 위해 터미널 안에 이슬람식 예배를 할 수 있는 기도실을 마련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회전초밥집, 라면집, 오코노미야키(일본식 빈대떡)집 등을 모아 놓은 24시간 푸드코트도 신설했다. 9월에는 객실 315개짜리 환승 호텔도 문을 연다.

 하네다와 유사한 김포공항의 경우 2000㎞ 취항 제한에 묶여 있다. 2000㎞ 안에 49개 도시가 있지만 이마저도 “인천공항 허브화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현재 일본·중국·대만의 6개 도시 취항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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