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탄로의 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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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금 꼬리를 잇고있는 각종 대사건들을 보면 미국이라는 거대한 배가 그래되 항해하고 있는게 이상하다고 말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역시 그만큼 미국은 위대한 나라라고 보는 쪽도 있다. 정계는 대통령선거전에 정신이 없고 산업계는 「록히드」사건으로 얼이 빠져있으니 이상하다고 볼만도 하다. 「록히드」추문이 세상에 탄로난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언제 또 다른 회사에 비화할지도 모르는 판이다. 이미 「보잉」사도 7백만「달러」의 증회사실을 시인하였다.
얘기는 「워터게이트」사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대기업의 정치부정헌금을 조사하던 SEC(증권거래위)는 각 기업이 「스위스」은행에 몰래 예치해둔 「비밀대금」의 구좌를 밝혀냈다.
그것은 각 사가 주장한 정치헌금의 액수보다 훨씬 많았다. 여기에 의문을 품고있던 차에「닉슨」 대통령의 개인여비서가 보관하고 있던 각 기업의 헌금「리스트」를 인수했다.
이 속에 끼여있던 「노드럽」사의 회장을 족치자 3천만「달러」의 비밀자금 중의 일부를 해외에 뇌물로 뿌렸다고 실토했다.
이 때 회장은 「록히드」의 상법을 본받았을 뿐이라고 덧붙여 증언했다. 이리하여 「록히드」사건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알 수 없는 것은 왜 「노드럽」사 회장이 「록히드」를 함께 몰고 들어가려 했겠느냐는 점이다. 「록히드」는 「노드럽」보다 역사가 길다. 그만큼 정계에 뿌리도 더 깊게 박혀있다. 지난 72년에 영국이 「록히드」제 「트라이스타」기를 사들였을 때도 「닉슨」이 직접 나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렇다해도 우리네 기업윤리로는 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노드럽」쪽 증언이 없었다해도 「록히드」의 부정은 언젠가는 터져 나왔을게 틀림없다.
이미 SEC는 국방성수주 상위 25사에 대한 조사를 하기 시작한 참이었다. 그리고 어느 일에나 완전범죄란 없는 법이다. 대외비로 취급하던 뇌물영수증 뭉치가 「록히드」본사에서 엉뚱하게도 미상환의 다국적기업소위원회 사무실로 잘못 배달된게 치명적이었다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묘하게 콘 사건이 사소한 일에서 터져 나오는 수가 많다. 『뇌물상법』때문에 미국에서 제일먼저 지탄받게된 「유나이티드·브탠즈」사의 경우도 그렇다.
지난해 2월에 동사 회장이 투신자살했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SEC는 2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바나나」의 수출을 싸고 「온두라스」의 「로페스」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처럼 『뇌물상법』에 야단법석을 떠는 까닭을 알 수 없다고 보는 나라들도 많다. 청교도적인 기업윤리는 너무나도 시대에 뒤떨어진 이상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데 미국의 위대함이 엿보이는 것 같다. 건국 2백년을 맞은 미국에는 아직도 우리가 본받을게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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