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이 휴대한 밀서의 무게는…|야인으로서의 방중에 북경이 노리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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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1일AFP동양】「리처드·닉슨」 전 미국대통령은 누구의 위임도 받지 않은 채 야인으로서 중공을 9일간 방문, 마치 국가원수와 같은 환영을 받으며 당주석 모택동을 비롯한 중공최고위지도자들과 회담하는 등 외교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담을 남기고 「캘리포니아」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닉슨」씨가 이번에 모 및 화국봉 중공수상서리와 가진 회담은 아마 작년 12월 「포드」대통령이 중공지도자들과 가진 회담보다 더 큰 의의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안문광장에서 중공관중들이 그에게 보낸 환호를 비롯해서 「닉슨」씨가 중공에서 받은 환대는 「포드」대통령방중 당시 그에게 베풀어진 차가운 형식상의 예우와는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포드」 「닉슨」양인의 중공방문에서 간과할 수 없는 또 한가지 차이점은 「포드」가 「레오니드·브레즈네프」소공산당 서기장과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위한 기반에 합의했던 대소화해정책의 수호자로서 중공에 도착했음에 비해「닉슨」은 거의 공공연하게 화해를 비판하는 입장에 섰다는 것이다.
중공이 20여년간의 미·중공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신호로서 대미탁구외교를 전개했을 때와 같은 비정통적 외교수법으로 「닉슨」을 중공에 초청키로 결정한 것은 「포드」편에 보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분명한 대미「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업저버」들은 믿고 있다.
중공이 「닉슨」에 대해 국가원수와 다름없는 예우를 갖춘 것은 중공이 대미관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포드」행정부의 대소유화태도에 대한 중공의 불안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닉슨」중공방문에서 끌어낼 수 있는 또 한가지 결론은 중공국내의 현 정치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해외정책에는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이른바 상해파에 속하는 중공행동주의자들은 이로써 대외관계에서 사태를 역전시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공은 전과는 달리 지금은 대만주둔미군의 즉각 철수를 강력히 고집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자유중국의 장경국 행정원장으로 하여금 대소화해의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끊임없이 권한에 도전을 받고 있는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이끌고 있는 행정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미·중공관계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은 없는 셈이다.
한편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선거의 해를 맞은 「포드」대통령은 이번 「닉슨」중공방문으로 그의 오른쪽에 위협을 받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포드」로서는 중공을 위해 유리한 새로운 제안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포드」가 의회 안에서 아직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친자유중국파세력을 자극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정부는 따라서 대중공정책에 있어 11월 대통령선거까지는 행동반경에 크게 제한을 받게될 것이다. 그러나 「닉슨」의 방문을 계기로 중공지도자들은 장기적 대외정책을 밝힐 기회를 얻게되었다.
중공지도자들은 올 미대통령선거를 통해 대소정책에 관한 『선량한 매』와 『사악한 비둘기』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를 면밀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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