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실패 아들, 치매 아버지와 동반자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업에 실패한 40대가 7년째 치매를 앓던 70대 아버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9일 낮 12시50분쯤 고양시 일산서구 한 모텔에서 A씨(48·고양시 중산동)와 아버지(75)가 숨져 있는 것을 모텔 주인이 발견했다. 모텔 주인은 “퇴실시간이 지나도 나가지 않아 방문을 열어보니 부자가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방 구석에서 타고 남은 번개탄이 발견됐다. 방에서는 A씨가 A4용지 1장에 작성한 유서가 발견됐다. 내용은 ‘빚이 있다. 부인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등이다.

일산경찰서 한상구 형사과장은 “사업실패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데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고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경기지역의 한 호텔에서 사우나 운영했으나 영업이 안돼 억대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유서에서 가족들에게 '상속을 포기하라'고 적은 점으로 미뤄 빚이 가족에게 승계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아버지가 7년 전 치매 증상을 보이자 고양시내 요양병원에 입원시켜 간호했다. 2년 전부터는 집으로 모시고 부인, 아들 2명과 함께 돌봤다.

한편 지난 27일 오전 7시20분 경기도 남양주시 한 아파트에서도 B(55ㆍ여)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90대 노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 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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