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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해외경기 회복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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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의 찌」는 분명히 움직인 것 같은데 좀처럼 시원스럽게 떠오르지는 않고 있다. 경기회복감도 섬유 등 일부 업종에만 느껴지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경기는 수출경기에 좌우되는데 해외경기도 상향 기조율에 있으나 자신감을 주기엔 미흡하다. 과연 경기곡선은 어디까지 올라왔는가? 한국을 둘러싼 세계경기의 흐름과 국내경기의 실상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세계경기는 일단 회복국면에 들어섰지만 좀처럼 상승궤도를 못 잡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불황의 밑바닥을 향해 아래로만 내리 박힌 관성 때문에 상향으로 방향을 틀어도 시원스럽게 솟지 못하고 일진일퇴의 난기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경기항로도 불규칙적이고 진행속도도 늦다.
75년 하반기부터 상승국면으로 들어가리라던 지배적인 전망이 막상 하반기가 되자 76년 상반기로 늦춰졌고 76년 상반기에 들어서도 아직 안전고도를 잡았다는 확신을 못 주고 있다.
30년대 대공황이래 최장·최악이라는 이번의 세계적 불황은 자원파동·통화불안 등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 결함의 노정과 겹쳐 그 후유증도 꼬리가 길다.
작년하반기부터 온통 캄캄했던 세계적 불황에 일부 호황의 불빛이 비치기 시작하고 이것이 금년 들어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서독 등 일부지역부터 어둠이 걷히고 있는 것이다.
그 반면 영국·「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이 쪽은 아직 어둠 속에 있고 일본은 명암이 교차되고 있는 상태이다.
73년 호황에 동반했던 질주성 「인플레」와 외환위기에 워낙 혼이 난 세계 각국은 마음놓고 경기가속의 「액설러레이터」를 못 밟고 있다. 경기회복기엔 늦을세라 기업투자가「러쉬」를 이루고 이 것이 경기상승을 가속시키는 것이 과거 회복기의 「패턴」이었으나 이번의 경우는 워낙 불경기에 시달린 심리적 위축 때문인지 세계 공통적으로 기업투자가 신중성을 보여 경기상승의 역작용을 하고 있다. 금년부터 세계경기가 좋아져도 그것이 오래 못 가리라는 경기 단명설도 이런 이유 때문에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경기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기는 구주나 일본에 비해선 훨씬 밝지만 회복속도가 느리고 또 일부 그늘이 걷히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의 이대지주라 할 수 있는 신차 판매와 주택건설은 분명히 호조로 바뀌었으나 이를 뒷받침 할 설비투자가 아직 미동을 않고 있다. 미FNCB의 정망에 의하면 주택건설이 작년1·4분기부터 활발해지기 시작, 작년 말엔 연초에 비해 40∼50%나 증가한 연율 1백50만호선에 달했고 이런「템포」는 금년 들어서도 가속되어 금년 말께엔 73년 호황수준인 연율 2백만호에 육박하리라는 것이다. 또 경기보다 6개월 정도 앞서가는 주식시장이 금년 들어 계속 활황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판매·주택건설·주식투자가 활발해 진다는 것은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개인 소비지출이 기지개를 켜는 것을 뜻하며 이는 경기상승의 청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속성장의 발판이 되는 설비투자에서 적신호가 나고 있다. 미 상무성이 최근 발표한 바에 의하면 미 기업의 설비투자계획은 실질「베이스」로 75년보다 4%감소한 1천1백97억「달라」로 예측되고 있다. 75년에도 설비투자가 74년에 비해 실질 「베이스」로 10%감소했다.
설비투자의 2년 연속 감소는 경기 회복감이 아직 산업계 전반에 침투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며 이것이 경기 단명설의 진원이 되고 있다. 「인플레」의 재연을 우려한 미국통화당국의 신중한 금융정책도 경기급증을 막고 있다.
그러나 금년이 미 건국2백주년이라는 축제적「무드」와 선거 「붐」이 경기상승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쪽은 국제수지에 여유가 있는 서독과 「프랑스」가 「인플레」수속에도 성공하여 경기 자극책을 쓰고 있고. 때문에 경기의 자율반전이 가속되고 있다.
특히 서독은 금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실업해소가 예상된다. 반면영국과「이탈리아」는 정치불안까지 겹쳐 불황권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이탈리아」는 경기 자극책을 쓰기엔「인플레」도, 국제수지도 위험하기 때문에 소득정책과 긴축을 안 할 수 없는 입장이며 이는 노동쟁의와 정치불안을 초래, 불황탈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일본은 73년 하반기부터 불황의 골짜기에서 벗어나고 있으나 때로는 다시 떨어지기도 하는 불연속선을 보이고 있다.
75년12월의 경기지표가 6개월만에 재반전, 하락을 나타냈다. 최종 수요의 회복이 부족하여 조금씩 뜨고 있던 경기가 다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광공업생산 및 기계수주가 점차 활발해지고 수출도 뚜렷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회복기조에 접어들었다고 관측되고 있다. 이런 회복기조 속에서 최근에 터진「록히드」사건은 76년 예산성립과 공공사업의 집행을 지연시켜 경기를 다시 정체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최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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