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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단정하기 바라면 잉어, 슬기롭기 원하면 보리 …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자식이 단정하기를 원하면 잉어, 슬기롭고 기운차기를 원하면 소의 콩팥이나 보리, 총명하기를 원하면 해삼을 (임신 도중에) 먹어라.”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사주당 이씨가 자신의 태교와 양육 경험을 기초로 해 저술한(1801년) 국내 첫 태교 교본인 『태교신기(胎敎新記)』의 한 대목이다. 이를 포함한 옛 문헌에서의 태교는 ‘부모가 태내의 태아를 가르치는 것’이 주 내용이었으나 최근 들어선 ‘태아에게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임신부의 주의사항이 더 강조되고 있다.

과거의 태교 식품 중엔 요즘 관점으로 봐도 합리적인 것이 많다. 조상들은 임신했다고 하여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섭취하면 탈이 나기 쉽다고 봤다. 태교 중엔 돼지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밥보다 적게 먹으라고 가르쳤다. 기름진 음식을 과다 섭취한 임신부에게 가려움증이나 부기가 생기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몸을 덥게 하는 인삼, 몸을 차게 하고 구토를 일으킬 수 있는 참외도 임산부에게 권장하지 않았다.

옛사람들은 호두·대추·매실을 태교에 이로운 식품으로 여겼다. 호두엔 임신부에게 필수적인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대추를 먹으면 배 속의 아이가 튼튼하게 자라고 임신부의 몸이 잘 보(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안·불면에 시달리는 임신부에겐 대추차가 효과적이다. 임신부가 임신 초기에 신맛 음식을 찾는 것은 태아의 골격 형성에 필요한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본능적인 욕구다. 매실 등 신맛 식품엔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구연산과 비타민C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잉어엔 양질의 단백질, 불포화 지방(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 칼슘, 비타민 B1이 많이 들어있는 데다 소화·흡수도 잘된다. 과거엔 태교음식으로 인기가 높았다.

잉어는 붕어보다 대형이다. 몸길이가 평균 35㎝ 정도지만 길이 1m에 무게가 22㎏ 이상 나가는 놈도 있다. 『동의보감』에서 잉어는 ‘민물고기의 왕’으로 예찬된다. “황달·소갈(당뇨병)을 다스리며 기(氣)를 내린다. 냉기(冷氣)를 부수고 태동(胎動)과 임신부의 부기를 다스리며 안태(安胎·임신 유지)한다”고 칭송했다.

해삼은 임신한 여성의 몸을 보하는 한방 약재다. 선천적으로 허약하거나 태반이 약한 임신부에게 인삼 대신 해삼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닭고기·쇠꼬리·흑염소·가물치·대구·홍합·미역·보리밥·잣·밤·산나물·도라지·쑥·시금치·호박·홍화·흑임자도 태아와 산모에게 이로운 태교식품으로 꼽혔다.

임신 초기엔 세포 손상을 막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비타민 E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현미·콩·참깨·상추·시금치·명란·참치·청어 등에 비타민 E가 풍부하다. 임신부의 빈혈 예방을 위해선 철분이 많이 함유된 쇠간과 같은 동물의 간(肝)과 소라·굴·멸치·고등어·시금치를 즐겨 먹는 것이 좋다.

『태교신기』엔 “아이를 낳은 뒤엔 새우와 미역을 먹으라”고 쓰여 있다. 우리 선조들은 산모에게 권할 만한 생선으로 가물치를 우선 꼽았다. 토종 민물고기인 가물치를 가모치(加母致)라고도 하는데 ‘산모에게 유익한 생선’이란 뜻이다. 다른 생선들에 비해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해 산후 빈혈이 있고 기운이 없는 산모에게 몸조리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가물치를 푹 고아 즙을 짜서 먹으면 부족한 젖도 잘 나온다. 모유가 나오지 않아 고생하는 산모나 입덧 때문에 영양이 모자라는 임신부에게도 이롭다. 가물치엔 또 비타민 B1·B2가 골고루 함유돼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태아의 두뇌 발육에도 유익하다. 가물치는 즙으로 내어 먹으면 좋다. 가물치즙은 보양식이 아니라 보양약에 가깝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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