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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107년 만의 뜨거운 봄,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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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봄이 왔는데 봄이 아니다. 초여름 날씨처럼 덥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고 있어 뜨겁고 답답하다. 어제는 울진이 27.2도, 속초가 26.9도를 기록했다. 서울은 23.8도까지 올라가 1907년 기상관측 이래 107년 만에 3월 기온으로는 최고를 갱신했다. ‘이상고온’ 때문에 개화시기도 빨라진다. 25일 서울에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고, 일부 지역은 너무 일찍 꽃이 피는 바람에 축제기간과 어긋날까 걱정이 태산이다. 이상고온을 몰고오는 고기압이 중국 미세먼지를 끌어와 28일 서울에는 초미세먼지 예비주의보가 발령됐다.

 다행히 주말부터 비가 오면 더위가 한풀 꺾일 테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기상청은 4~5월 기온도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이어질 것이란 예보는 일상다반사가 됐다. 지난달 초엔 영동지역이 적설량 2m가 넘는 수퍼 폭설로 일주일 넘게 몸살을 앓았다.

 기상이변은 세계적 현상이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2013년이 기상관측 사상 여섯째로 더운 해였다고 발표했다. 지난겨울 뉴욕의 폭설, 필리핀을 할퀸 초대형 태풍 하이옌처럼 기상이변이 끊이지 않는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인데, 대기 중 농도가 400ppm을 넘었다(미국 해양대기국 자료). 1958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이 수치가 400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뜻한 겨울 덕분에 양파·감자·배추 농사가 너무 잘돼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수확도 못 한 채 갈아엎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독감 환자가 줄어 다행이지만 다른 병이 더 많이 생긴다. 4~6월은 식중독 최다 발생기간(전체의 38%)인데, 기온이 더 오르면 식중독 환자가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SFTS)을 옮기는 작은소참진드기, 쓰쓰가무시증을 매개하는 털진드기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 충남의 한 저수지에서는 벌써 녹조가 발생해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중국을 탓하기도 하지만 한반도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국내산이다. 공장·자동차·불법소각 등이 원인이다. 한국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30% 줄이고 그 이후 감축 계획을 내년까지 국제사회에 내놔야 한다. 갈아엎는 양파 앞에서 농민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아야 하고 진드기에 희생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총리실 산하로 격하된 녹색성장위원회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