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정형은 구속아닌 절제|김승규(68년 시조당선) 김창문(76년 시조당선)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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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승=흔히들 시조 쓰는 일은 외로운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또 새 식구를 맞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른 당선작품들과 비교해보니 훨씬 뛰어나더군요. 고운 정서와 맑은 감각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시조는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습니까.
김창=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꽤 열심히 썼고 여기저기 발표도 많이 했는데 졸업 후 5, 6년 동안 공백이 있었어요. 생활과 문학을 양립시키기가 어렵더군요.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은 최근부터였습니다.
김승=문학은 언제나 현실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 같아요. 나는 중앙일보신춘문예에 응모하기 전 발표 같은 것은 생각지 않고 7, 8년 동안 습작만 했지요. 그 무렵엔 상당한 자신도 가지고 있었는데 당선을 하고 나니 그때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창=당선 후에도 계속해서 당선작을 능가하는 작품을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해로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김승=물론 이로울 건 없지만 그렇다고 주눅이 들어서도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워요. 내 경우 당선 후 1년 동안은 주눅든 상태 속에서의 공백기였습니다.
김창=시조 쓰는 일이 의로운 작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넓은 의미에서의 시속에서 시조가 소외되고 있다고 보시기 때문인가요.
김승=그렇지요. 요즘엔 시조시인들이 시도 함께 쓰고 있는데 그런 경우 시조보다는 시 쪽에 기울어지는 것 같아요. 발표가 용이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시조를 정형시라고 해서 마치 제약을 받고 있는 듯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김상옥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시조의 정형은 언어의 구속이 아니고 언어의 절제』라는 사실을 의식해야 할거예요.
김창=좋은 말씀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시조부터 쓸 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시조를 쓰면 언어구사가 활발해지고 박력이 생기지 않습니까. 요컨대 시와 시조는 서로 상승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요즘 시의 난해성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도 시보다는 시조가 대중과 더욱 밀착돼 있는 것이 아닐까요.
김승=시에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시조들도 많이 있어요. 시나 시조의 난해성 문제는 시인의 표현역량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창=어떤 면에서는 시인의 문제이기 보다 독자의 문제인 듯한 느낌도 들어요. 문학의 저변확대로 지난날에 비해 독자도 매우 많아졌지만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풍토는 성숙돼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교육이 지나치게 시험위주이기 때문에 문학과 독자의 거리를 좁히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김승=시정돼야겠지요. 문학교육을 통해 젊은 사람들에게 인생관·세계관을 심어주면 문학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지요. 다른 얘기지만 금년 신춘문예에도 몇몇 작품들이 표절작품으로 말썽이 되고 있는 모양인데….
김창=문학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양식 문제이겠지요. 남의 글을 훔치는 행위는 도둑질이나 다를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김승=신춘문예행사의 병폐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심사하시는 분들이 사전에 가려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김창=시조분야에서 만이라도 그런 불미스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하여튼 꾸준한 노력으로 유일한 우리의 전통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시조를 발전시켜 나가 보겠습니다. 김 선배께서도 많이 격려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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