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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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영하군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빙상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희보인 것 같다. 과연 용띠 새해는 우리의 해인가 보다.
각 신문에는 단간 전세방에서 기쁨을 나누는 홀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의 사정이 실렸다.
어느 방면에서나 가난 속에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네 주변에는 가난을 딛고 일어선 체육인들이 많다.
「레슬링」의 세계무대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탄 장창선 군의 홀어머니는 콩나물장수였다. 그러고 보면 비록 「프로」이기는 하지만 권투에서 두 번째로 세계「챔피언」 이 된 홍수환도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이밖에도 김기수·유제두, 수영의 조오련 등 가난한 「챔피언」들은 많다. 「베를린」「올림픽」때의 「마라톤」의 패자 손기정도 가난을 밥먹듯 했었다.
가난이 이들에게 성공에의 의욕을 불어넣었다고 볼 수도 있다. 동시에 가난이 이들을 「스포츠」로 몰아갔다고 볼 수도 있다.
가난 속에서 성공하기로는 「스포츠」가 제일 쉬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가난이 키워준 인내력과 용기와 투지가 「스포츠」에서는 제일 중요한 자질이 되기 때문일까. 그것만이 아니다.
최근 「런던」에서 국제천재아동교육회의가 열린 적이 있다. 여기서 밝혀진 바로는 취학연련층 아동의 약2%는 IQ 1백40이 넘는다. 이들은 8세에 「컴퓨터」를 이해하고 외국어를 해석할 정도의 천재들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천재성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끝나고 만다. 거의 모두가 가난한 하층계급의 자제들이기 때문이란다.
이런 천재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난하기 때문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끝나는 일들은 많다. 이리하여 오랜 교육과 좋은 환경이 필요한 학계나 관계에서는 흔히 가난한 자제들을 외면하고 만다.
이리하여 가난한 어린이들은「스포츠」에서 꿈을 찾는다. 「유고슬라비아」나 몽고의「레슬링」선수들도 대부분이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멕시코」의 빈민가 어린이들의 우상은「프로」권투선수다. 미국의 흑인들도 「재즈」계와 권투「링」장을 찾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특히 교육을 위한 경제적 부담이 해마다 늘어나는 요사이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스포츠」도 가난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번에 이영하 선수에게 영광을 안겨준 「스케이트」도 세계에서 제일 좋다는 「노르웨이」제 「바랑구르드」다.
어느 미국인부부가 선물한 것이라 한다. 이 부부는 또 이 선수가 「스케이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도 아끼지 않았다 한다. 만약에 이런 독지가가 없었다면 이 선수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수많은 유망한 싹들이 독지가들을 찾고 있다는 얘기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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