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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디플레 조짐에 … ECB, 양적완화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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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 파이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25일(한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가 “자산 매입(양적완화)이 터무니없진 않다”고 말했다. 바이트만은 ECB 내에서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 파이터(매파)다. 그는 평소 “양적완화(QE)는 부작용이 크다”고 강조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바이트만이 ‘ECB가 사들일 채권의 종류와 질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QE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셈이다.

 바이트만의 태도 변화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요즘 유로존은 디플레이션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올 2월 소비자물가가 0.7%(전년 동기 대비) 오르는 데 그쳤다. 인플레이션 타깃(물가안정 목표) 2%보다 훨씬 낮았다. 재정위기에 시달린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기 침체와 소득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런데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바이트만 등의 반발 때문에 “역내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경기가 되살아나면 물가도 오를 것”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이미 ECB 실무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날 WSJ는 “두 가지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첫째는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는 방안이다. 요즘 유로존 시중은행들은 일반 기업에 대출을 줄이고 있다. 올 들어 대출 증가율이 -2% 안팎이다. 대신 시중은행들은 법정 준비금 이외에 여윳돈을 ECB에 저축하기 바쁘다. ECB가 이 예금에 이자를 주기보다는 수수료(Demurrage)를 물린다는 것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2008년에 사용한 적이 있는 시스템이다.

 둘째는 미국·일본·영국이 쓰고 있는 QE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ECB 회원국 국채뿐 아니라 민간 부문의 채권까지 사들이는 방안을 따져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미 시장에선 그리스 등의 시중은행 채권 값이 오르고 있다. ECB가 사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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