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한국식당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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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천여 기술자들이 몰려들면서「이란」에는 한국식당이 난립되고 한국식품까지 쏟아져 나와 식사에 관한 한 서울생활과 큰 차이가 없게되었다.
청첩장이 날아들었다 하면 식당개업 인사장이며 고추장은 물론 두부에서 숙주나물까지 손쉽게 구할 수 있어「코레·붐」은 제일먼저 고추장단지를 동반해 왔다는 인상이 짙다.
지난해 4월 한국인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유드·호스텔」에서 개업한 한국식당이 때마침 월남으로부터 들어온 기술자들로 흑자를 내자 이후부터 식당「붐」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테헤란」시내에만 해도 벌써 3개, 중심부의 「이스파한」과 「페르샤」만 북단인 「호람샤」에 각각 하나씩 있는 한국식당이 앞으로 2∼3개월 안에 무려 5개가 새로 생겨난다니 「코레·붐」은 「사이공」에서와 마찬가지로 식당경쟁부터 시작할 모양이다.
가격을 보면 볶음밥이 1백40「리알」(한화 약9백80원), 갈비탕이 1백50「리알」(1천50원)로 비교적 비싼 편인데도 기술자들에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장소가 없고, 또 8백여 운전사들에겐 휴일에 꼭 들러야 하는「코스」처럼 되어있어 그럭저럭 성황-.
그러나 벌써부터 식당간의 경쟁이 심한 터에 앞으로 「테헤란」에 3개의 식당이 더 생기게되면 일부는 도중 기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건설업체가 전속으로 초청해왔거나 기존식당이 고용중인 요리사가 새 식당에 「스카우트」되기 때문에 요리사봉급이 최고 1천4백「달러」(70만원)까지 올랐다니 희소가치가 있긴 하지만 식당「붐」은 요리사의 전성기를 몰아온 셈이다.
식당은 그렇다치고 한국식품 또한 어찌나 재빠르게 조달되는지 가히 혀를 내두를만하다.
보따리로 들어온 「라면」 한 봉지를 40「리알」(2백80원)씩이나 받는다고 불평하던 때는 벌써 옛날. 오늘날엔 「이란」에서 생산되는 원료로 온갖 한국식품을 만들어 내놓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간장·된장·고추장 등 기본조미료로부터 흰떡·두부·숙주나물, 심지어 돼지족과 새우젓까지 등장했다고 보면 식사에 관한 한 불편은 없다고 보겠다. 그 가운데 흰떡과 두부가 최근에 개발된 「히트」품목-.
신정과 함께 등장한 흰떡은 kg당 50「리알」(3백50원)인 쌀의 다섯 배 값인 kg당 2백50「리알」(1천7백50원)씩 비싸게 받는다는 불평이나 없어서 못 파는 인기품목이다.
신개발품일수록 인기 높아 현재로선 이곳에서 생산 가능한 콩나물과 명란젓을 누가 먼저 만들어 돈을 버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한국인의 등장이 이곳 물가에는 영향을 주어 아예 공짜던 소 뼈다귀와 돼지 족은 돈을 받기 시작했고 동양배추와 녹두 등은 3∼4배로 뛰었다.【테헤란=이근양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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