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찾아 방황하는 음악·연극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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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6년 들어 연초부터 연극인·음악인들이 공연할 공연장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특히 76년으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극단이 3개(자유·여인·광장) 나 될 만큼 중흥기를 맞은 연극계는 무대 때문에 떠돌이 신세에 놓여 있다.
이제까지 사실장의 공연 예술 중심무대였던 서울 명동 예술극장은 폐관된 데다(75년12월31일자)그 뒤를 이어 중심무대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서울 시민회관 별관(구 국회의사당)이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려운 때문.
시민회관 별관이 예술 극장 뒤를 이어 실제 중심 무대가 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비싼 대관료에 있다. 차범석씨(극작가·극단 산하 대표)의 표현처럼 1일 4만원의 예술극장 대관료도 힘겨워 하던 가난한 공연자들에게 1일 8만5천원의 시민회관 대관료는 가혹할 만큼 비싼 것이다.
객석 8백여 석의 예술극장보다 객석 4백석이 많은 1천2백여 석을 가진 시민회관 별관은 단순히 객석 수에 비하면 대관료가 그리 비싸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조명기재(2만원)·「마이크」(2천원)·녹음기(2천원)·「피아노」(1만원)등 일체의 부대 시설 은 예술극장의 경우와 달리 사용할 때마다 부대 시설비를 따로 내야 되는데다 난방비까지 1일 5만원씩 별도로 계산된다.
따라서 시민회관 별관의 대관료는 하루 평균 약 10만7천4백10원, 5일간이면 60만원에 이른다. 종래의 예술극장은 5일 평균 22만5천원에 불과했었던 것에 비하면 거의 3배나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연말 개관된 시민회관 별관은 개관 후 첫 공연으로 어느 가수의「쇼」(12월24∼27일) 가 올려졌는가 하면 외국 영화도 상영중이다(1월1∼9일까지). 예술 무대로 보다는 흥행 위주의 상업 무대로 더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예술극장에 대치될 만한 무대를 찾아 방황하고 있는 예술인들은 그래서 연극협회·음악협회가 주동이 되어 「시민회관 대관료 낮추기」를 문공부와 절충 중에 있는 한편 새 무대 개척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새 무대로 추진중인 곳은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동양극장(현재 영화관)과 장충동의 국립극장.
동양극장은 1935년 11월말께 당초 회전무대 창공벽(「호리전트」)까지 갖춘 연극 공연장으로 지어졌던 건물이다. 무대 50평·객석 5백94석의 동양극장과 현재 임대계약을 맺은 곳은 극단 산하. 산하는 3월부터 11월까지 두 달에 한 차례씩 도합 5개 공연(1개 공연 6일간씩)을 계획하고 있다.
예년 1월이면 이미 공연 「스케줄」을 잡아왔으나 올해 들어 극단들은 서로 공연장 눈치보기에 바쁜 형편이며, 동양 극장의 임대계약 결과에 한층 주목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국립극장의 대극장과 소극장은 연주인과 음악인들이 모두 새 무대로 점을 찍고 있다. 광장·산하·자유 3개 극단이 우선 3월 19일부터 4월7일까지「포스터」와「팸플릿」공동 제작·공동 선전으로 소극장에서 공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페라」공연·교향악 연주회는 주로 대극장을 중심으로 연주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아쉬운 대로 새 무대 개척중인 예술인들은 그러나『중심가에 위치한 시민회관 별관의 이용이 빨리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조상현씨(음협 이사장)는 『국립극장은 시내에서 교통이 불편한 위치도 이용을 곤란케 하는 점이지만 그보다도 대 극장은 너무 넓고 소극장은 좁아「오페라」공연 이외의 음악회 공연장으로 부적하다』고 지적하며『연주용「피아노」도 아직 갖추지 않은 시민회관 별관이 단순히 서울시의 특별 회계에 들어있는 건물이라는 이유로 예술인들의 이용을 불가능하게 해서는 안된다. 문화 정책적인 차원에서 대 관료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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