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험 진학이 낳은 「변질 치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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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겨울방학을 맞아 국민학교 6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갖가지 과외 공부가 성행하고 있다. 서울시내 주택 밀집지대에서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중학교 1학년과정을 익히려는 개인·「그룹」별 지도가 부쩍 늘고 있으며 광화문·종로2가등 학원가는 국민학교 졸업반을 상대로 한 「중1 예비반」·「ABC 특별반」·「영·수 기초반」등을 신설, 학생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학생들은 중학무시험으로 입시준비 부담이 없는데다 55일간의 긴겨울방학과 졸업후 중학교입학까지 3개월간의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과외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학부형들의 빗나간 경쟁심과 변질된 치마 바람이 작용되어 어린이들에게 부담감을 주게되고 술집·다방·극장·당구장등 각종유흥업소와 뒤범벅된 학원가를 출입해야 하기 때문에 정서생활을 크게 해치는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전문가들은 과외공부로 중1과정을 배운 학생들이 무시험진학을 할경우 정규학과목의 학습지도에 권태를 느껴 오히려 학습의욕을 잃게되는 수도 있다고 말하고있다.
국민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한 과외공부는 대학생·재수생·고교생등의 「아르바이트」형 개인 「그룹」별지도와 주택가중심의 부유층자녀위주의 소규모학원 시설, 시내중심가 학원의 대규모 모집방법등 3가지유형.
학원가의 경우 50일∼2개월완성의 종합반을 만들어 1개반에 30∼80명을 모집, 1인당 8천원∼1만6천원의 수강료를 받고있으며 강의과목은 영어·수학·한자등 3과목이고 강사는 전직·현직교사나 대학생등이 맡고 있다.
교재는 주로 해당 학원자체 내에서 「프린트」물로 만들어 8백원∼1천원씩 받고 있거나 시중서점에서 시판하고 있는 갖가지 기초참고서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이들 참고서는 대부분 영어발음을 한글로 표기, 처음 배우는 학생들의 발음을 망칠 우려가 있고 내용도 조잡해 학습효과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
서울종로구공평동 모학원은 국민학교 6년생 35명을 모집, 지난15일 1차 개강했으며 22일에는 2차 개강할 예정, 2개월 완성에 수강료는 1개월당 8천원씩이다.
3층에 위치한 이 학원은 2층 「살롱」에서 흘러나오는 「고고·뮤직」등 소음이 그칠새가 없고 중·고등학생과 재수생들의 탈선행위가 자주 눈에 띄는곳.
또 인근 모학원의 경우 퇴폐「무드」가 감도는 각종 유흥업소가 즐비한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오전·오후·야간반등 3개반을 편성, 상오9시부터 하오8시30분까지 수업을 강행하고 있다.
서대문구 홍은3동 모학원은 허술한 「베니어」책장 10여개를 놓고 좁은방에 학생15명을 모아 대학생에게 강의를 맡기고 있으며, 중구신당3동 모학원은 고관·대기업사장등 부유층 자녀들만 25명을 모아 중학교과정을 집중 강의하고 있다, 종로2가 모학원은 20일부터 10일간 무료강좌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 1월3일부터 개강키로 하고있어 어린이들에게 장사속 교육방법으로 가르칠 우려가 짙다.
문교부는 70년부터 장학지침으로 재학생의 교내보충수업을 양성하는 대신 사설학원 출입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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