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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여행 … 남북한 벽 서서히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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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는 “독일 통일은 행운(Glucksfall)”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통일이 된 뒤 더 평화로워져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롤프 마파엘(59) 주한 독일대사는 통일 전도사다. 특별강연이나 기고 등을 통해 독일 통일의 경험을 한국인들에게 전달해왔다. 마파엘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 이후 한국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요즘 더욱 바빠졌다. 그는 “독일은 통일 후 한동안 어려운 시절도 겪었지만 24년이 지난 지금은 날로 안정돼 가고 있다”며 “독일 통일은 확실히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마파엘 대사는 “한국은 독일보다 더 준비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신뢰회복 프로세스를 통해 점진적으로 남북한 통합이 잘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독일 통일은 대박이라고 할 수 있나.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된 독일은 훨씬 더 평화로워졌고 우리는 분단된 독일에서보다 더 만족하며 살고 있다.”

 - 막대한 통일비용 때문에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통일이 갑자기 찾아와 화폐 교환비율, 동독인의 임금과 복지 수준 등 중요한 정책들을 짧은 시간 내에 결정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동독 경제는 통일 직후 국제경쟁력을 잃게 됐다. 지금도 당시의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첫 15년 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지금은 이를 잘 극복하고 독일의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해졌다. 통일이 모두에게 행운을 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는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 독일은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한 걸로 알고 있다.

 “통일 자체가 우선 목표는 아니었다. 1989년 11월 9일 당시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폴란드 방문 도중 ‘나는 독일 통일을 꿈꾸지만 내가 살아생전에 이것을 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반면 외교나 동·서독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산당 치하의 동독인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기 위해 활발히 인적·물적 교류에 나섰다. 국경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주 목표였다고 할 수 있다.”

 - 통일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어젠다 2010과 같은 경제·사회 개혁도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통일이 잠재적인 창의력을 일깨운 측면도 있다. 라이프치히·드레스덴·예나 등 일부 발전된 동독 지역은 매력적인 경제·학술 도시로 변모했다. 동독 경제는 서독 수준에 육박하고 있으며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 향후 통일 독일은 어떤 모습일까.

 “20년 후 지역 간의 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40년 후에는 사회적으로 내적인 통합이 완성될 것으로 본다. 동독 로스토크 출신인 우테 카치-이글리 주한 독일대사관 정무참사관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엔 동·서 구분이 없다’며 ‘분단 독일은 지나간 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 한반도에서 통일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나.

 “특히 북한 동포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통일이 필요한 것 같다. 통일 한국이 분단 한국보다 더 평화롭고 경제적으로도 강해질 것으로 확신한다.”

 - 독일보다 더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독일처럼 통신·우편·여행 등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하고 서서히 내부 국경을 없애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성과를 거둬 단계적으로 통합이 진척되기를 기대한다.”

글=한경환 선임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롤프 마파엘 대사=서독 브루흐잘 출생. 하이델베르크대·베를린자유대서 법학 전공. 제네바·테헤란·유럽연합집행위 근무. 2012년 주한 독일대사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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