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암 30년은 문제없다" vs "임파선 전이 땐 위험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23일 본지 9층 회의실에서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 소속 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와 이재호 가톨릭대 의대 교수가 갑상샘암 전문의 정기욱 서울아산병원 교수,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왼쪽부터)와 격론을 벌였다. [박종근 기자]

의사 8명이 19일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이하 의사연대)’를 결성해 “과잉진단의 결과”라며 초음파 검사 중단을 요구하자(본지 3월 20일자 13면) 갑상샘암 전문의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학회장 소의영 아주대 의대 교수)는 20일 긴급회의를 열어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 정기욱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 등 5명으로 대책반을 꾸렸다.

 23일 오후 본지 9층 회의실에서 장·정 교수와 의사연대 소속 안형식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이재호 가톨릭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가 맞붙었다. 이들은 미국·일본 등지의 자료를 들이대며 2시간30분 동안 한 치의 양보 없이 공방을 벌였다. 때로는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학문적으로 토론해 국민을 위한 방안을 찾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재호 교수=국내 갑상샘암은 30년 동안 30배가 증가했는데,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미국은 3배 증가했는데도 과잉진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예방서비스위원회(USPSTF)는 이미 1996년 갑상샘암에 권고 ‘D’ 등급 판정을 내렸다. 증상이 없으면 굳이 검진하지 말라는 뜻이다.

 ▶장항석 교수=진단이 많이 이뤄지는 건 맞다. 하지만 조기진단이 왜 나쁜가. 환자가 느는 이유는 유전적 요인도 있고, 쉽게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 탓도 있다.

 ▶안형식 교수=질병을 빨리 찾아내면서 환자가 급증하지만 사망률은 그대로다. 이게 과잉진단이 아니고 뭐냐. 미국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정기욱 교수=어느 정도 과잉진단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한 가지 묻겠다. 의사연대가 “갑상샘암 환자 중 99%는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보도됐다.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나. 그건 명백히 잘못됐다.

 ▶장 교수=모든 암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가장 좋다.

 ▶이 교수=우리나라는 상품 고르듯 소비자들이 쉽게 초음파 검진을 한다. 갑상샘암이 10년 동안 엄청 늘었는데,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은 0.4명에서 0.7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뭐냐.

 ▶안 교수=초음파 조기 검진의 이익은 거의 없는 거 같다. 오히려 수술로 인한 고통과 합병증에 시달린다.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2차 암이 생기기도 한다.

 ▶정 교수=수술 합병증을 줄이려면 오히려 조기검진을 하는 게 맞다. 크기가 1㎝ 넘으면 전 세계 모든 의사가 갑상샘 제거 수술과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한다. 반면 1㎝ 이하면 절반만 제거한다. 이러면 약을 안 먹어도 되고 합병증도 적다.

 ▶장 교수=우리 병원 환자 1204명을 6개월간 조사했다. 무증상인 데도 절반 이상이 3기 이상이다. 이들은 당연히 수술했을 때 얻는 이득이 크다.

 ▶안 교수=그것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자료일 뿐이다. 한 해 4만 명 수술 환자 전체의 병기(病期)나 암세포 크기를 따져야 한다.

 ▶장 교수=한국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은 0.5㎝ 이하는 처치하지 않고 지켜보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암 크기 0.51~1㎝라도 임파선에 전이됐거나 갑상샘 막을 뚫고 나왔으면 수술해야 한다. 이때 수술하지 않으면 더 악화돼서 환자에게 좋지 않다.

 ▶안 교수=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지켜지는지 의심스럽다. 갑상샘암 환자의 90% 이상이 수술을 받는데, 과연 이들이 다 수술 케이스에 해당할까. 0.5㎝ 이하 작은 암이 전체의 30%인 점을 감안하면 의심이 든다. 정확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장 교수=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는 수술을 의심하는데 그 근거가 없지 않으냐. 과잉진단을 과잉치료로 연결시키는 것은 오류다.

 ▶정 교수=과잉진단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과잉치료로 간다고 볼 수 없다. 이득을 받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 사람들에게 이득을 보지 말라고 할 순 없다.

 ▶이 교수=갑상샘암 환자는 그냥 내버려둬도 30년 동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걸 샅샅이 찾아내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다.

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정종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