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선풍 몰아 칠, 76 미 대통령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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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비선거를 3개월 앞둔 미국의 76년도 대통령선거가 보수주의의 선풍 속에서 이루어지리라는 전조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20일 공화당의 극우보수파「로널드·리건」(64·전「캘리포니아」주지사)이 현직 대통령인 중도파의「포드」(62)에 도전, 공화당 지명전에 출마할 뜻을 공식 선언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리건」은 출마성명에서『미국은 지금 방향을 잃었고 국민들은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한다』고 선언하고「포드」행정부는「인플레」와 실업문제를 해결치 못했고「데탕트」에서 지나치게 소련에 양보, 국위를 떨어뜨리고 국방력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케네디」·「존슨」양 대에 걸쳐 크게 신장됐던 전후미국의 진보적 경향은「닉슨」시대를 고비로 크게 쇠퇴하여 지금 미국인의「머조리티」(다수)는 보수화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대체로 인지의 공산화, 경제적인 침체, 범죄·실업 등 사회적인 혼란, 흑인세력의 강화 등에서 오는 공포와 좌절감 때문이라고「타임」지는 분석했다.
미국인의 보수우경화는 벌써부터 다음선거의 양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리건」의 공격에 부닥친「포드」는 역습보다는 오히려 거기에 적용, 영합하는 방향으로 이미 궤도 수정을 시작, 강력한 국방력의 유지, 연방정부의 역할축소를 강조하고「러닝·메이트」로 내정했던 진보주의자「록펠러」를 미리 단념시키는 등 보수파의 예 봉을 둔화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보수주의는 ⓛ주권의 확보와 연방정부의 불간섭 ②흑백분리주의의 고수 ③사회보장제도의 축소 ④대소 강경 정책 ⑤군사력 우위의 유지 등을 주장, 진보주의에 맞서 왔다.
「포드」는 자신을 재정에선 보수주의, 내정에선 중도온건파요, 외교에선 국제주의라고 평했다. 전「미네소타」주지사「해럴드· 레반더」는「포드」와「리건」을『한가지에 달린 두개의 배』라고 비유, 둘 다 보수주의자로 보았다.
그러나「데탕트」를 비롯하여「인플레」·실업문제·「에너지」정책·여권문제 등에서 양자는 크게 대립돼 있다.
보수·진보간의 논쟁은 민주당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공화당에 비해 비교적 진보적인 편이지만, 아직도 인종차별의 상징인「조지·월리스」(「앨러배마」주지사), 대소 강경 론자인「헨리·잭슨」(상원의원)등 극단적인 우익보수파들이 큰 세력을 쥐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후보로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중도파「험프리」상원의원도 보수파를 정책입안과 조각과정에 폭넓게 참여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업저버」들은 보고 있다.
어느 당을 막론하고 미국의 보수파는 폭은 좁으나 깊이가 있는 안정된 고정 표를 확보하고 전보다는 넓으면서도 얕은 불안정한 지지 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리건」은「골드워터」이후 공화당보수파의 정신적 지도자로 간주돼 왔다. 19l1 양화점의 아들로 태어나「스포츠」방송「아나운서」를 지내다가「할리우드」로 옮겨 배우로 전신, 51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스포츠」중계와 연기생활에서 얻은 그의 임기웅변 적인 달변과 능숙한「제스처」등은 유세 전에 큰「플러스」가 돼 있다. 이것은 대중연설에 서투른「포드」에겐 큰 위협요소의 하나로 지적되기도 한다.「리건」은 내년 2월24일「뉴햄프셔」와 3월9일「플로리다」에서 있을 초기의 공화당 예비선거에서「포드」를 누르면 계속 승세를 유지,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고 믿고 2개 주 예비선거에 조직과 자금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편「포드」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절대적인 이점이 있으나 당의 지지나 선거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 그로서는「핸디캡」도 없지 않다.
우선 성격이나「스타일」에 특징이 없어「이미지·메이킹」이 어렵다는 편이다. 게다가 하원의원 출신인 그는 전국적인 선거를 치러 본 경험도 없고 최근엔 중공·소련과의 원만치 못한 관계, 국민여망에 어긋나는 개각 등으로 인기도 떨어졌다.
개각 전 공화당원 3백39명을 상대로 한「갤럽」여론조사는 58대36으로「포드」가「리건」보다 우세했으나 개각 후 NBC방송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43대49로「리건」에 뒤지고 있다.「포드」는 최근유세에서 큰 성과를 못 올린 데다 몇 번의 저격고비를 넘긴 후 행동반경을 좁히는 등 궁지에 몰려 있다.
그러나 이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직은「포드」가 지명전이나 본 선거에서 가장 유력하며 이변이 없는 한 대통령당선은 무난하다고 정치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시류를 탄「리건」의 도전은 만만찮기 때문에「러닝·메이트」선정과 정책조정에서 보수우파에의 과감한 접근과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그들은 선망한다. <구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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