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장서·사재 연대에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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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세대 명예총장인 백낙준 박사(80)가 평생 몸담아 온 연세대에 평소 아끼던 국학에 관한 장서 1만여 권과 사재를 턴 2천5백만원을 기증. 「캠퍼스」의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교육이념이기도 한 국학정신을 꽃피우는데 보탬이 되고자 사재를 바친 백 박사가 국학에 뜻을 두고 노력해 온 것은 해방직후부터. 그 무렵 연희전문에 모였던 박사들 중 정인보·최현배·최재서 교수 등 국학에 관한 석학들이 뜻을 같이 하여 국학 이념 구현에 줄곧 노력해 왔었다.
국학의 토착화를 위해 매년 연세대에서는 국학강좌를 열어 올해로 9회를 맞았으며 동양학연구의 기초확립을 위해 세운「동방학연구소」도 26년의 연륜을 쌓아 왔다.
그러나 해방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자신의 교육이념이 재대로 꽃피우지 못해 안타까워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 신당동 집을 정리하여 2천5백만원을 마련했다는 것.
『국학 토착화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고자』 라는 것이 백 박사의 소망.
또 학교에 기증한 1만여 권의 책들은 대부분 국학에 관한 것들. 그동안 여러 차례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도 관심을 가져왔던 귀중한 역사자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백 박사의 뜻을 전해들은 연세 동문회에서는 그의 호를 딴「?재 기념사업회」를 발족, 「국학 진흥관」건립 비 모금에 나서고 있다.
한편 학교당국은 이를 계기로 그동안 침체된 면학 분위기를 일신하고 연세대 15년 발전계획 중에 백 박사의 뜻을 기리기 위한「국학 진흥관」설립과 현대식 도서관설립계획도 포함키로 확정했다. 현재「국학 진흥관」은 건립 예산액 2억 여 원을 거의 다 모금, 건립장소를 물색 중이고 15억 원 예상의 중앙 도서관도「국학 진흥관」과의 상호 이용관계를 고려, 설계 등 건립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다.
학교당국은 또「국학 진흥관」이 완성되면 현재의「동방학연구소」등 8개의연구소를 통합, 자료도 함께 정리, 한국학 연구의 요람이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요즈음도 오전에는 학교에 나와 국학관계의 문헌을 정리하고 있는 백 박사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국학의 토착화의 한 계기가 되었으면 다행이라고 흐뭇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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