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직의 바둑 산책] 늘어나는 오픈제 … 출전 경비 만만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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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바이링배 통합오픈 첫째 날인 13일 예선 참가자들이 대국하고 있다. 한국은 83명이 참가해 16명이 본선 티켓을 얻었다. [사진 한국기원]

12일 제2회 바이링배(百靈杯) 통합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떠난 기사들은 모두 83명(아마 7명 포함)이었다. 예선 결과 본선 티켓(총 48장)을 얻은 기사는 16명으로 중국의 31명에 비하면 적지만 중국의 253명 등 예선 참가인원을 감안하면 무난한 성적이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17명이 참가해 한 명도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대회는 1년 전의 7개에 비해 2개 늘어난 9개로, 중국이 6개, 한국이 3개 개최했다. 우승상금만 해도 모두 합해 17억원(한국 8억원, 중국 9억원)이니 대회당 평균 2억원에 육박한다. 중국의 바둑 붐에 따라 앞으로 세계대회가 두세 개 더 늘어날 전망이니 프로들이 갖는 기대감은 매우 높다.

 그러나 세계대회 참가에는 기사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 이번 바이링배는 오픈제와 자비출전을 채택하여 삼성화재배·LG배·멍바이허배(夢百合杯) 등 유수의 세계대회와 흐름을 같이했는데 기사들은 자비로 출전해야 했다. 자비출전하면 항공료와 숙식비로 적어도 100만원이 넘게 들지만 본선에 오르지 못하면 대국료는 한 푼도 없다.

 1990년대 활동했던 프로들에게 대국료 없는 대국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제 자비출전은 기사들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기사 수 500명이 넘는 중국은 물론 300명에 가까운 한국만 해도 예선 대국료를 지불하면 예산의 부담이 엄청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참가를 제한하지 않는 오픈제와 함께 자비출전을 제시하는 세계대회가 늘어나는 이유다.

 오픈제가 대세인 듯한데, 그렇지만 오픈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중국 바둑이 강세를 보이는 만큼 한국의 본선 진출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데, 그에 대해 팬들의 반응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오픈제를 제한적으로 하면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 자비출전은 한국에서 2009년 BC카드배가 제일 먼저 제시한 방식이었다. 불과 6년 전이지만 당시는 한국이 중국에 앞섰다고 자부할 때였다. 이제 역전의 기미가 보인다고 해서 위축된 발상을 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그러나 한국이 문을 닫으면 중국도 문을 닫을 것이다. 좁은 대국 기회는 기사들의 발전에 치명적인 일이며 대국이 많아야 성장할 여지도 많다. 한국기원도 오픈제 재검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프로들이 원하는 것은 많은 대국과 공평성이다. 국가별로 참가 자격을 한정하던 때(1989~2008)는 지났다”며 “이제 오픈제는 참여를 자극하고 기회를 넓혀주는 좋은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수적으로는 밀리지만 실력으로는 중국과 맞서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국제기전 참가는 매우 바람직하다. 김효정 기사회장이 요청한 출전 경비의 지원에 대해 난색을 표한 한국기원이 2명의 직원을 파견해 숙소와 여행 등을 도운 이유다. 그렇지만 기사들의 대국 기회를 넓힐 책무가 있는 한국기원이기에 앞으로 출전비용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용의 10분의 1만 지원해도 참가율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KB리그의 예선 폐지 등 국내 기전의 대국 수가 정체되거나 일부 후퇴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사들의 국제대회 참가를 넓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대회가 개인전과 단체전, 개인초청 이벤트 대회 등으로 형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양상도 출전비용 지원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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