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생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 시내 각 대학의 학생상담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최근 우리 나라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성격문제』란다. 이 문제로 「카운슬링」을 청한 것이 각 대학평균 35%나 된다.
당연한 일인 것만 같다. 학생이란 「프로테우스」와도 같기 때문이다.
희랍 신화에 나오는 「프로테우스」는 변화가 무쌍하여 그 자태가 뱀, 사자, 용 등으로 마음대로 바뀌어진다.
너무나도 쉽게 자주 변하기 때문에 「프로테우스」는 오히려 자기의 참모습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러나 「프로테우스」가 스스로의 참모습을 찾게 될 때에는 예언의 능력이 생긴다.
오늘의 대학생도 「프로테우스」와 다를 바 없다. 그의 사상이나 생활의 「스타일」이 쉴 사이 없이 바뀌어진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에게 「백본」이 없어서가 아니다. 만약에 대학생이 스스로의 참모습을 이미 찾아냈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것이다.
세태가 급변하게 바뀌어지고 전통적인 가치의 세계가 무너져가며 있는 오늘의 사회에서는 대학생은 끝없이 실험과 자기탐험을 거듭해나가야 한다. 여기에 또 대학생으로서의 보람이 있다.
그는 어제까지의 「나」를 오늘과 내일의 탐험을 위해 말끔히 씻어낸다. 그만한 실험성이 오히려 오늘의 대학생에게는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기성세대에 있어서는 이만한 여유가 없다. 따라서 「나」를 쉴 사이 없이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대학생의 특권이기도 하다. 이것은 조금도 병리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엄청난 고민은 따른다. 그리고 누군가 좋은 길잡이가 있어줬으면 하는 심정도 간절할 게 틀림없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생이 기대할만한 것을 갖고있다 할 수 있는지? 각 대학에 「카운슬링」제도가 생긴지도 몇 해가 된다.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러나 「성격문제」 「장래문제」 등으로 「카운슬링」을 받으려 했던 학생 중에서 과연 몇%나 해답을 얻을 수 있었을까.
조사에 의하면 인생관에 대한 회의로 「카운슬링」을 받은 학생은 2∼3%밖에 안된다.
신통한 해답을 얻을 수 없다고 보는 학생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고민이 없는 학생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는 결코 아닐 것이다.
「레마르크」의 소설을 영화화한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서 전쟁에 회의를 느낀 독일병사가 옛 대학의 스승을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그만한 스승을 우리네 대학생들은 몇이나 갖고 있다고 보고있는 것일까.
학생상담소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이 적은 것은 신통하게 고민을 풀어줄 스승이 없어서 일뿐이다
적어도 그렇게 오늘의 대학생들은 여기고 있다. 우리네 대학생은 이처럼 외로운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