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몰려 아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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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장>불이난 2층은 의류·양품·금은·시계·「카메라」·「레코드」·안경등 판매「쇼케이스」2백10여개소, 중국음식점 동화각등 음식점2개소, 이발관·당구장등 휴게·오락시설 2개소, 모직물총판·학다방등 모두 2백30여개의 점포가 들어차 있으나 점포사이의 간막이가 모두 「베니어」판으로 되어있는데다 방화벽·「스프링클러」등 소방시설마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불온삽시간에 걷잡을 수없이 2층 전체로 번졌고 이어 지하전철역으로 통하는 중앙선계단을 타고 쉽게 위용으로 번져 불이난지 1시간만인 12시40분쯤에는 2,3,4층 전체에 불이 옮겨 붙었다.
불이나자 인근에 살던 상인들이 가족과 함께 몰려나와 1층 점포 「셔터」를 올리고 물건을 꺼내느라 한동안 소란을 피웠고 통금이 해제되어 더많은 상인들과 차량이 몰려들자 경찰은 면목동·홍릉·동대문에서 청량리역쪽으로 통하는 길을 모두차단, 한때 시민들의 출근길이 막히기도 했다.
불을 맨처음 목격한 2층경비원 김홍구씨(20)에 따르면 경비책임자 허정제씨(33)등 경비원 4명과 함께 하오11시30분부터 양품부를 돌아보던중 북쪽중앙신계단과 학다방사이 천장에서 연기가 나는것을 보고중국집 동화각쪽 출입문을 여니 복도아성양품부천장과 생선회「센타」등에도 불이 붙어있었다는것.
한편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하늘높이 치솟는 불길을 바라보며 안타깝게 발을 구르는 시민들은 한결같이 『방화(방화)에 자신없고 말썽많은 건물은 차제에 헐어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피 및 구조>대피후 비상벨
불이 났을 때 건물안에 있던 1백60여명은 고가사다리차·구명대등 대피장비와 계단을 통해 건물밖으로 빠져나갔으나 4층 현대미용학원에서 잠자던 김병화양(19)등 수강생3명은 짐을 챙기느라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유독「개스」에 질식, 숨졌다.
5층「아파트」주민 25가구 1백10여명은 불이 난지 10분만에 인근주민들의 『불이야』소리를 듣고 고장난「엘리베이터」를 사용치 못하고 비상구로 탈출하려했으나 이미 연기가 꽉차 있어 지하실계단을 통해 「슈퍼마킷」입구로 가까스로 빠져나갔다.
「아파트」514호 박경양(16·송곡여고2년)은 『TV주말극장 「하오의 연정」이 끝날무렵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어보니 새까만 연기가 건물을 휩싸 식구들을 깨워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으로 대피했다』면서 『건물을 벗어났을 때 비상「벨」이 울렸다』고 말했다.
7층「멕시코」제과공장에 있던 3명과 「멕시코·카바레」종업원 10여명, 6층 권투도장숙직원1명등은 옥상으로 올라가 흰보자기를 휘둘러 구원을 요청, 긴급출동한 고가사다리차로 대피했으며 3층 오락장에 있던 2명은 구명대를 이용,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화재당시 경비원34명이 각층을 경비하고 있었으나 자체소방시설을 1개도 사용하지 못하고 대피하기에만 급급했다.

<사망자주면>사망학원생옆에는 싸다남은 옷가지들
숨진 이양등 3명은 지난 9월22일 현대미용학원속성과에 입학금 1천5백원·수강료 4천원·「가운」대와 재료비3천5백원등 모두9천원의 등록금을 내고 수강신청을 했다.
이들은 낮에는 10평 규모의 강의실에서 「아이롱」·「매니큐어」·화장·「세팅」·「마사지」등 실습과 미용이론을 배웠고 밤이면 강의실동편에 있는 온돌방에서 숙식, 미용사의 꿈을 키웠다.
이들은 이날 휴일인데도 집에가지 않고 동료들과 미용실습일 하며 밤을 지키다 11시쯤 잠이 들었으나 방으로 스며든 매케한 연기내음으로 불이난 것을 알고 옷가지·「노트」·실습도구등 소지품을 「트렁크」와 손가방에 챙겨넣고 방을 빠져나오려다 일산화탄소와 아황산「개스」에 질식, 강의실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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