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랑코」후계의「스페인」|퇴진설 나도는 36년간의 총통 통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36년간「스페인」을 다스려 온「프랑코」총통의 장기독재가 마침내 끝나려는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이웃「포르투갈」의「쿠데타」와 함께 「프랑코」총통에 대한 민주세력의 압력이 중대해 가는 가운데「프랑코」의 측근에서 그가 마음달쯤 사임할지 모른다는 암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82세의 고령인 이 노 독재자는 이미 통치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작년 7월「프랑코」는 정맥 염으로 2개월간 입원, 후계자로 지명된「카를로스」황태자(37)에게 총통의 임무를 대행케 했지만 그는 곧 권좌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이때부터 간혹 노망기를 드러내어 모호한 말을 지껄이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 그의 측근은「프랑코」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예스』『노』뿐 이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이 늙은 총통은「스페인」자유화의 유일한 장애물구실을 하고 있다.
작년 4월「포르투갈」의 좌경군부「쿠데타」이후「스페인」국내 민주세력들의 동향이 심상찮게 몰아가자「카를로스·아리아스·나바로」수상은 정치단체구성 허용,「마드리드」「바르셀로나」등 대도시시장의 직접 선거실시 등 완화정책을 약속했지만「프랑코」정권은 1년만에 다시「테러」행위방지 법·공민권제한 등의 강경 정책으로 되돌아갔다.
「프랑코」의 이런 억압정치는 국내외 양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30년대의「스페인」내란 때「뭇솔리니」「히틀러」와 결탁한「프랑코」를「스칸디나비아」각국과 화란 등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스페인」은「유럽」경제공동체(EEC)의 회원국이 될 수 없었으며 지난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맹 신청도 거부됐다.「스페인」을「유럽」의 고아로 만든 것이「프랑코」의「파시스트」적 지배이듯이 국내의 좌우민주세력의 비난도 이 과녁에 집중되고 있다.
「스페인」에는 지금 10여 개가 넘는 반「프랑코」세력이 있으며 반「파시스트」애국혁명전선 등은 무차별적인「테러」를 감행하고 거의 매일같이 경찰들과 충돌사건을 일으키고 있다. 이중에「바스크」독립자유 파(ETA), 반「프랑코」연합세력인「스페인」민주평의회 등이 가장 강력하며「프랑코」지배의 한 지수를 이루었던「카톨릭」교회측도「프랑코」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스페인」민주평의회는 두 갈래로 나눠져 있다.「스페인」공산당을 주축으로 한 민주혁명 위와 사회당·기독교민주당 등의 연합세력인 민주연합이 그것이다. 민주연합 측은『공산세력이 날뛰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조직적 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제2의「포르투갈」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는「프랑코」의 조기퇴진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웃「포르투갈」과 함께 순 치의 관계에 있는「스페인」이「포르투갈」의 전철을 밟아 서독의 두 번째 좌경국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들이 광범위하게 나돌고 있다.
지금 즉시 선거를 한다면 유권자의 15%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다. 그러나「스페인」공산당수「산티아고·카릴로」는「프랑코」총통의 재임기간만큼 망명생활을 해 왔으면서도 온건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는 온건하다. 왜냐하면 지금의「스페인」사정으로는 1917년「러시아」혁명 때와 같은 동궁의 폭풍도, 중공의 대장정도,「카스트로」식의「게릴라」전도 없을 것이다』라고「카릴로」는 선언한 바 있다.「스페인」군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이처럼「프랑코」이후의「스페인」이 온건한 변혁을 겪으리라고 내다보는 이유는 국내경제가「포르투갈」과는 대조적으로 상당히 튼튼하기 때문이다. 60년대에 3백 달러 던 개인소득이 지금은 2천 달러나 된다. 경제적 번영이「스페인」사회 불만요인을 어느 징도 무디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프랑코」가 반대파를「짖는 개」라고 비난하고 권좌에 집착하면 할수록「스페인」의 발전과 민주화는 늦어질 것이 분명하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 들어갈 위험은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최근「카를로스·아리아스·나바르」수상 자신이 신중하게「프랑코」퇴임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 체제의 지지세력인 금융 가·「카톨릭」주교 등 수백 명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도 현 실권세력의 그와 같은 우려 때문이다.「프랑코」총통의 딸「데·빌라베르드」부인까지 이에 가담하여「프랑코」총통이『너 까지?』라며 반문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은 약간의 정치적 자유라는 숨구멍을 틔워 주면서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현 집권층의 전술적 양보 이상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카를로스」황태자도 그런 범위를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정치적 자유가 허용된다면「스페인」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흘러 나갈지는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문제일 것 같다. <김영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