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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수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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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늘 중앙일보는 창간10주년을 맞는다.「분수대」도 꼭 10년의 생일을 맞는다. 그 동안 10년을 여구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분수대」도 독자와의 애환을 함께 하면서 살아왔다.
십년일석이라고 한다. 실로 지난 10년 동안은 무쌍한 변화가 있었다. 그 동안 본보는 자랑스러운 기록들을 수없이 세워 나갔다.
발행 부수 20만 부로 시작한 본지는 이제 70만 부를 돌파했다. 앞으로 이 발행 부수를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는지, 벅찬 의욕에 가슴이 부풀어질 뿐이다.
본보의 자랑은 국내 최고부수라는 기록에만 있지 않다.
신문은 기업이 될 수 없다는「징크스」를 깨뜨린 것이다.
십년 수목이라는 말이 있다. 나무는 10년이면 열매를 맺는 큰 나무가 된다. 그래서 십년지계를 위해서는 나무를 심는 게 좋다고들 한다.
도시 옛 사람들은 십을 수지 극이라 여겼다. 완전하다는 뜻도 들어 있다.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최고의 수자라는 뜻에서 만도 아니다.
열 십자의 가로지른「―」자는 동서를 가리킨다. 세로 그은「|」자는 남북을 가리킨다. 동서남북이 합쳐서 된 십자는 따라서 우주의 모든 수를 다 갖추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옛 사전을 보면 십에는 전부라는 뜻도 들어 있다.
그러나 옛 갑골 문에서는 십자에 가로지른 一이 없었다. 열 개를 포개 얹혀서 한 개로 합친 수를 십이라 했다.
그러니까 십은 하나의 완결인 동시에 새로운 수의 시작을 뜻하는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우리는 오늘까지의 소성에 도취하지를 않는다. 내일에의 의욕으로 다시 한번 허리띠를 죄어 매야 할 때라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10년 전 창간할 때의 이념이며 결의가 행여나 퇴색되지나 않았을까 자성해 본다.
『…여기 대화와 휴식의 자리를 아쉬워하는 시민들을 위해서 초라할 망정 우리는 조그마한 분수대 하나를 만들었다. 슬픈 일이 있어도 억울함 일이 있어도 가난과 외로움과 폭력과 불의와 온갖 절망이 있어도 이 분수대를 찾아오는 벗들을 위해서 언제나 줄기찬 생명의 물을 뿜어 올릴 것이다. 하늘을 향해 솟구칠 것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생동하는 분수의 마음으로, 정체와 부패를 거부하는 그 분수의 마음으로 그렇게 세상을 살고 싶다.』
10년 전의 오늘 분수대는 이렇게 썼다. 지난 10년 동안 분수대는 과연 얼마나 좌절에 잠긴 시민에게 힘을 주고 외로움을 달래 주고 꿈을 안겨 줄 수 있었는지.
그저 송구스러움이 앞설 뿐이다. 분수대자는 다시 오늘을 첫날로 잡고 앞으로의 10년을 독자여러분과 함께 새로 살아 나갈 것을 다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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