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 책책책] 궁금하죠? 동생은 쌍꺼풀 있는데 내겐 없는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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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로 유전의 비밀을 풀어라』
강호진 글, 최은영 그림
자음과모음
248쪽, 1만2000원

엄마 아빠의 혈액형은 모두 B형인데 왜 나는 O형일까, 동생에겐 쌍꺼풀이 있는데 왜 나는 홑꺼풀일까…. 이런 고민을 해 본 친구 없나요?

혈액형이든 쌍꺼풀이든 엄마나 아빠에게서 물려받은 것입니다. 이를 ‘유전’이라고 하죠. 사람의 손과 발, 생김새, 피부색 등 모든 것이 유전 물질인 유전자의 지시대로 만들어집니다. 유전자는 우리 몸을 만드는 정보가 담긴 설계도이지요. 그런데 유전자가 전달되고 그 특징이 겉으로 나타나는 것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답니다. 그걸 확률이라는 수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이 책은 확률과 유전 법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 동화입니다.

책의 주인공 유정이는 아빠를 따라 섬마을 ‘지인도’로 전학을 갑니다. 집들은 하나같이 칙칙한 무채색의 특이한 마을입니다. 한 학급 밖에 없는 학교에는 장난꾸러기 일란성 쌍둥이 형제, 매사에 잘난 척하는 동갑내기 여자아이 종아 등이 다니고 있습니다. 거기에 생물의 유전 법칙을 꿰고 있는 괴짜 담임 선생님이 새로 합류해 학교 뒤 천막에 고민상담소를 마련합니다.

유정이는 고민상담소 앞에서 머뭇거리는 종아 할머니를 발견합니다. 할머니는 집안에 손녀만 다섯이라 대를 이을 남자가 없는 게 고민이었어요. 종아의 엄마가 이번에는 아들을 낳기를 바라며 새벽마다 산에 들어가 기도를 올리셨죠. 하지만 아무리 기도해도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랍니다. 동전을 던질 때 마다 앞 뒷면이 나올 확률이 늘 반반인 것처럼요.

종아에게도 고민이 있었어요. 엄마는 혈액형이 A형, 아빠는 B형인데 종아는 O형이거든요. 종아는 자신이 주워 온 아이가 아닐까 의심합니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은 혈액형의 오해를 풀어줍니다.

유전자는 늘 쌍으로 붙어다닙니다. 혈액형도 마찬가지예요. 겉으로 드러나는 건 A형이지만 유전자형을 살펴보면 AA이거나 AO랍니다. B형도 자세히 살펴보면 BB형과 BO형으로 나뉘죠. 유전자가 자녀에게 전달될 때는 엄마의 유전자 중 하나, 아빠의 유전자 중 하나씩 떨어져나와 새로운 쌍을 이뤄요. 종아는 엄마와 아빠에게 숨어 있던 O형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 받았습니다. O형 유전자는 OO로 만날 때에만 그 성질이 드러나거든요.

아빠 엄마에겐 모두 있는 쌍꺼풀이 자기에게만 없는 것도 종아에겐 고민이었답니다. 쌍꺼풀 유전자도 혈액형과 비슷해요. 쌍꺼풀을 만드는 유전자를 W, 홑꺼풀 유전자를 V라고 한다면, 종아의 엄마와 아빠는 W와 V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는 W V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건 쌍꺼풀 유전자 W 뿐이지요. 이렇게 드러나는 걸 우성 형질, V처럼 숨어 있는 걸 열성 형질이라고 해요.

지인도의 집들이 온통 회색빛인 것도 유전 때문이었어요. 종아 할머니가 유정이에게 초록색 감을 주면서 회색 감이라고 하질 않겠어요? 색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검은색이나 흰색 같은 무채색으로만 구별하는 증상을 색맹이라고 해요. 알고 보니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의 다른 주민들도 색맹이 많았어요. 하지만 종아는 색맹이 아니고요. 여기엔 조금 더 복잡한 유전 법칙이 숨어있답니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던 지인도. 하지만 유정이는 담임 선생님과 함께 유전 법칙을 하나씩 풀어가며 점점 정을 붙여갑니다. 세상의 모든 생물을 만들어낸 유전의 법칙도 이 책과 함께라면 그리 어렵지 않답니다. 초등 4학년 이상.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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