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바뀌자 대화「무드」로|제30차 유엔총회에 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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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누가 의장자리에 앉아서 사회 봉을 두드리느냐에 따라「유엔」총회 전체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은 국회를 비롯한 다른 모든 회의에서와 다를 바 없다.
29차「유엔」총회같이 30대의 혈기왕성한 혁명가가 의장에 뽑히니까 총회는 혁명적인 구호가 연발되는 대결의 무대가 되고, 「이스라엘」과 남아연방 같은 국제사회의「천덕꾸러기」는 발언권이 봉쇄되거나 총 회장 참석이 저지되기까지 한 것이 지난해의 총회였다.
올해의 총회개막과 함께 사회 봉은 제3세계의「리더」라고 자처하는「알제리」의「부테플리카」외상 손에서 온건한「유럽」신사로 통하는「룩셈부르크」의「가스통·토른」외상에게로 넘어갔다. 의장 교체는「유엔」총회분위기가 대결에서 화해로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부테플리카」가 퇴장함으로써 제3세계 대표들의 아무 것도 아닌 혁명적 웅변이 퇴조하고 조용한 토론이 총회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분위기의 전환은「부테플리카」가 사회한 지난 2주일간의 특별총회에서 벌써 싹이 터서 결실까지 보았다. 「유엔」소식통에 따르면「유고」가 주도하는 77개국「그룹」이 작성한 선언을 가지고 선진국과 후진국간에 팽팽한 의견대립이 계속 되면서도 고위층간의 접촉이 진행되고 일부 국가가 단서를 붙이는 한이 있어도 의견일치를 이루자는데는 의견이 일치하여 그 결과 후진국과 선진국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공동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이라고 한다.
「알제리」를 비롯한 과격파 세력은 선언 속에다가『신국제경제질서』라는 혁명적인 용어를 집어넣고, 미국과「유럽」및 일본 같은 선진국이 78년까지는 국민총생산의 0.7%를 후진국 개발에 제공한다는 공약을 넣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극좌세력과 선진국의 중간에 위치한 나라들의 중재로 협상은 결렬되지 않고 미국의 단서와 EC국가들의 논평이 붙은 공동선언이 채택된 것이다.
소식통은 지난해의「유엔」총회분위기 같으면 특별총회는 막바지에 풍비박산되고, 그런 분위기는 30차 정기총회를 대결의 무대로 만들어 놓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횡포로 경제적 정치적 결정이 억지로 내려지고 있다』고「유엔」을 규탄하던 작년의 미국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공동선언이 채택된 후「모이니언」미 대표는『의장, 이제「유엔」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읍니다』라고 환성을 질렀고, 「캐나다」대표는 공동선언이『「유엔」에서「컨센서스」가 접근하고 있다는 이정표』라고 말했다.
30차 총회의 의제는 기록적인 1백25개의 안건이다.
한국에 관한 두개의 결의안, 군축회의소집문제, 경제·사회개혁문제가 주요 의제로 들어있다.
특별총회의 분위기와 의장의 교체로 이번 총회는 지난해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자세로 빈부간의 건설적인 흥정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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