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베를리너 판형 5주년] "한눈에 들어오는 신문 … 학보가 예쁘게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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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1면엔 큰 이미지를 써 반으로 접으면 제호·사진만 보이도록 편집해요. 베를리너 판형이니까 가능한 시도죠. 졸업호(2월 24일자) 1면엔 5단 크기 졸업축하그림을 쓰고 오른쪽에 세로로 사진 설명을 쓰는 파격에 도전하기도 했어요.”(최지수 서울대 대학신문 레이아웃 담당기자)

 “지난해 말 캠퍼스별 총학생회 공약 이행을 분석했던 2개면 기획기사가 기억납니다. 왼쪽 면엔 서울캠퍼스 기사를, 오른쪽엔 국제캠퍼스 기사를 배치하고 그 사이에 양 학생회 정책을 비교하는 대형표를 실었는데, 일반 판형이면 이렇게 양면을 과감히 배치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이정우 경희대 대학주보 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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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베를리너 판형 도입 5주년을 맞아 대학 학보사 기자들의 의견과 평가를 들어봤다. 현재 베를리너 판형으로 제작하는 대학 학보들은 38개에 달한다. 학생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베를리너 판형 전환으로 단순히 편집과 레이아웃뿐 아니라 콘텐트의 변화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학 학보답게 더 다양한 실험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베를리너 판형은 사람의 팔 길이와 눈 구조 등 인체공학 측면에서 가장 편안한 사이즈(가로 323㎜, 세로 470㎜)로 평가된다. 양면을 펼쳐도 시야의 분산이 적어 정보를 더 빨리 머릿속에 전달한다. 기존 신문의 판형(가로 391㎜, 세로 545㎜)은 이보다 크다.

 대학 학보 기자들은 베를리너판의 장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편집의 묘미’가 있다는 점이다. 감우정 국민대신문 기자는 “최근 학보 기자들이 신문을 예쁘게 만들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며 “대형 그래픽들도 베를리너 판형에서는 깔끔하게 배치된다”고 말했다. 지난주 국민대신문은 삽화로 그린 캠퍼스 지도를 2개 면에 배치했다. 건물 그림 사이사이 설명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다현 고대신문 편집장은 “고민할수록 예쁘게 만들 수 있는 판형”이라며 “빈 공간 없이 깔끔하게 편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해덕 중대신문 주간교수(교육학)는 “학생들이나 편집국 기자들은 베를리너 판형이 제작도 좋고 보기도 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둘째로는 ‘선택과 집중’을 들었다. 중요한 기사는 길게 쓰고, 나머지 기사는 짧게 정보만 전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면이 작아졌는데도 심층 보도는 오히려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철규 서울시립대신문 편집장은 “베를리너 판형으로 편집하면 지면마다 심층적인 톱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어떤 기사를 강조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심층 취재가 늘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편리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유홍림 서울대 대학신문 주간교수(정치외교학)는 “들고 다니기 좋아 이동이 많은 학생뿐 아니라 대학 교수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상화·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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