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책법 대신 고용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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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근로자의 권익을 옹호하고 복지 향상을 도모키 위한 실업대책법을 마련키로 했다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 주요골자는 다음 4가지인 듯하다. 즉 첫째 실업대책본부를 두고, 둘째 휴·폐업 또는 감원 등의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며, 세째 대책비를 예산에 계상토록 하고, 네째 기업은 실업대책기금을 평시에 적립토록 한다는 것 등이다.
현대 자본제 경제의 종국적인 정책목표는 완전고용의 실현에 있으며 경제정책의 기본은 모두가 이 목적에 귀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재정·조세·금융·외환·무역정책 등 모두가 직접 간접으로 고용정책과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보사부나 노동청의 실업대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개념 자체를 먼저 분명히 규정해야 할 것이다.
보사부나 노동청은 이른바 협의의 노동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는 것이 급선무다. 즉 노동삼권의 신장을 위시해서 취업알선, 임금분배율의 적정화, 근로환경의 개선, 산재대책, 실업수당지급제의 실현 등 협의의 노동정책 분야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가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오늘의 실정은 협의의 노동정책에 있어서도 그다지 전향적인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있는 상황에서 경제정책 전반에 관련된 사항을 보사부가 추진하는 것은 그리 적절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외국의 경우에도 완전고용법이나 실업수당지급제 등 법적·제도적인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업의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는 있어도 실업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음을 직시할 때 실업문제는 종합경제정책과 연관되는 것이지 협의의 노동정책의 핵심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설사 실업대책법을 만들었다고 해서 정부가 실업수당을 지급하자는 뜻이 아니라면 구체적으로 결의 실효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휴·폐업을 해야할 기업이 장부상 적립된 실업대책기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할 수 있겠는가. 휴·폐업이나 감원이 불가피한 기업에서 신고를 받았다면 실업대책법으로 이를 어떻게 구제할 수 있겠는가.
휴·폐업을 하는 기업의 재무상태는 대체로 노동법이 의무화하고 있는 퇴직금조차 지급치 못하는 상태라고 보아야 하며, 또 실지가 그랬었다는 것을 상기할 때 실업대책법이 공무원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는 이상의 것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실업의 증대를 막고 적극적으로 고용의 기회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의무임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보사부나 노동청의 차원에서는 협의의 노동정책을 성실히 추진하는 것이 더 절실한 것이며 또 이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요컨대 보사부나 노동청은 본래의 노동정책에 보다 충실해야겠으며, 그러한 차원을 넘는 분야라 할 실업대책은 완전고용법의 제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고용증대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금융·조세·외환·무역정책의 집행을 예상치 않는 실업대책이란 협의의 노동정책의 차원의 것이며 현행 노동삼법의 충실한 집행이나 개선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별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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