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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5) 전국학련 ―나의 학생운동 이철승<제47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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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반탁학련준비>
처음에는 신탁문제에 대한 좌·우의 의견이 같았다. 좌익도 반탁의 기치를 들었다.
「조선공산당」등 좌익계의 정당사회단체들은 12월30일 「반파쇼공동투쟁위원회」를 조직하고 『반파쇼투쟁으로 한국의 신탁관리제를 배격』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반탁의 물결은 전국으로 번져 극장과 강당에서는 반탁강연회가 연일 계속됐다. 8·15이후 거리에 범람하던 「비라」와 「포스터」가 다시 범람했다. 『신탁통치 절대반대』『군정청관리는 물러가라』『각당·각파는 단결하여 반탁하자』등등.
상점은 철시하고 환락가도 문을 닫았다. 수없이 생겨난 「카페」와 「바」도 전부 휴업했다.
일부 판·검사는 사퇴했고 서울시내 8개 경찰서장도 사퇴를 표명했다. 어떤 한국인 미군경청관리는 퇴직하거나 또는 결근했다.
원래 12월27일 「모스크바」 미·영·소 3상결정이 있기전에도 「신탁」의 말이 나왔으나 그때마다 좌·우익의 구별없이 반대했다. 1945년10월20일 미국무성극동국장「빈센트」가 미국외교정책협의회에서 『한국에는 우선 신탁통치제를 실시할 예정이다』고 신탁발언을 꺼냈 을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국민당의 안재홍씨는 『비록 해방의 은인이라 할지라도 비우호적인 조치나 정치적 과오를 범할 때는 우리는 그것을 시정하도록 투쟁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조선공산당의 김삼룡도 『모욕적인 탁치는 단연 철회케 하는 것이 민족의 염원』이라고 강경반대했다. 이승만박사 주재하의 「독립족성중앙협의회」도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것이다.
그래서 10월27일 「아널드」군정장관은 『신탁통치는 미군정당국의 의사가 아니다』고 알쏭달쏭한 변명을 하게까지 됐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조선의 신탁통치는 1943년11월「테헤란회담」에서부터 미국측이 제의했고 1945년12월「모스크바3상회의」에서도 미국측은 10년까지의 신탁통치를 주장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45년도 저물어가는 12월30일하오l시―. 서울운동장에서는 최초로 전국반탁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대회는 △임시정부 절대지지 △민족적 긍지를 모욕하는 신탁통치 결사반대 △완전독립을 쟁취할 때 까지의 결사투쟁을 결의했다.
이어 철시된 서울거리를 태극기를 들고 행진했다. 반탁의 힘찬 의지가 강렬하게 표명됐다.
나는 탁치반대 국민총동원위원회의 학생부격으로 시위에 앞장섰다.
보전학생들은 이날 시가행진을 마치고 한청「빌딩」에 모여 보전반탁학생연맹을 조직했다.
위원장에 이철승, 부위원장에는 김연성이 선출됐다.
김연성은 그동안 「학통」의 책임자로 전국의 좌익계 학생을 총지휘했던 자. 보전안에서는 좌·우익이 충돌을 계속하던 터였으나 신탁통치의 비보를 듣고는 좌·우를 초월하자는 명분으로 반탁학련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반탁치보전학생연맹」의 이름으로 『동포는 외친다. 3상회의 지지하는 매국노소탕! 우리 학생은 자유조국의 명예를 위하여 결사로 투쟁하자!』는 내용의 전단을 곳곳에 뿌렸다.
한편 우리는 각학교에 연락원을 보내어 학교별로 반탁집회를 갖도록 하고, 46년1월2일로 예정한 반탁전국학생총연맹결성준비대회에 2명씩의 대표를 파견해 주도록 요청했다. 해를 넘겨 46년1월2일.
한청「빌딩」2층에는 4각모자를 쓴 전문학생에서부터 머리를 깎은 중학교학생에 이르기까지 각급학교대표가 모였다.
그러나 학통의 총책 김연성을 비롯하여 좌익학생들이 반탁학련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1월3일로 예정된 인민위원회주최 서울운동장반탁대회를 찬탁으로 돌리려는 음모를 꾸몄고 반탁학련의 조직을 손아귀에 넣으라는 공산당의 지령을 받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 별동대원들도 어께동무로 「스크럼」을 짜다시피 대비하고 끝까지 싸워 좌익학생들은 물러나고 결국 민족진영 학생들만이 남아 준비대회를 치렀다.
이날 준비대회에 참석한 각학교 대표들은 다음과 같았다.
▲연전=이동원 장순덕 박갑득 안경득 ▲보전=이철승 전병두 장삼익 김동흥 김병국 윤한병 ▲세의전=김덕순 윤석우 ▲경성대=계훈제 이인세 채문식 ▲경전=조한원 김종국 ▲약전=이호민 ▲의전=김기호 ▲명륜전=이은홍 이광화 김익환 ▲혜화전=이외윤 신국봉 김상연 이우출 ▲이전=김상현 윤성선 황근옥 김춘희 ▲숙전=오세임 ▲여의전=김창희 주일옥 ▲중앙보육=조소난 현혜영 ▲신학교=김진철 ▲유학생동맹=박용만 김만권 김호영 ▲경기중=함봉혁▲양정=송원영 이병한 ▲보성=오홍석 곽노웅 홍관식 ▲한성=임상억 ▲중앙=백완 노진환 김상종 김형중 ▲진명고여=황윤석 ▲한성고여=권정숙 ▲덕성고여=윤금중
대회결과 반탁전국총학련준비회의 의장단으로는 채문식(국회의원·신민당) 박용만(국회의원·신민당) 이철승등이 피선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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