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볼 정년 우리 나라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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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도 산업사회화 되면서 「정년」은 점차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 연령의 설정에서부터 그들에 대한 사회보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샐러리맨」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정년의 문제를 여기서 함께 생각해본다. <편집자>
인간의 노동능력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가면 하향곡선을 그리며 저하된다.
그리고 이런 나이의 직장인들에게 찾아오는 정년퇴직온 당연한 것일 수 있고 인력의 신진대사를 통해 기업 능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러나 사용자가 고용인의 노령화에 따른 노동능력 저하과정의 어느 시점에서 일률적으로 강제 퇴역시키는 노령퇴직제도인 이 정년제도가 우리 나라의 경우 외국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빨리 오고있다. 특히 여자임금생활자의 경우는 30세로 정년하는 경우까지 있어 유휴노동력은 풍부하지만 훈련받은 기술노동자는 오히려 부족한 우리 나라의 노동력공급실정과 관련,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년제에 관한 법적인 명문규정을 갖고있는 공무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기업체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사용자측의 임의대로 정년 연령을 정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연공서열별 임금구조 때문에 기업에 가해지는 임금압력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정년제가 이용되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교육연한과 관련시켜 생각하면 훈련받은 인력의 낭비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아직도 정정한 나이에 무기휴가를 현재 당하게 되는 노동자들은 그렇다고 퇴직 후에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특별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의 경우(공무원법 제74조1항2호)5급 공무원은 50세, 4급은 55세, 3급 이상 공무원은 61세로 정년퇴직하고 있으나 기능직의 경우는 40∼61세로국회규칙·대법원 규칙·대통령령 등으로 직종에 따라 정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기업체 임금생활자들의 경우는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년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고 단체협약 등에도 사용자와 대등하게 실수 없는 입장에 처하고 있어 기업주의 일방적인 정년규정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영기업체를 비롯, 은행 등 금융기관의 정년연령을 보면 직위나 성별의 구별 없이 대부분 55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고 사기업의 경우는 보통 60세를 상한으로 하고 있다.
최근 1천명 이상 고용한 국내 77개 기업체에 대한 노동청 조사에 따르면 22개 금융·보험업체와 12개 국영기업체의 경우 직위·성별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 정년을 55세로 규정하고있으며 민간대기업체의 경우 직위, 성별에 차별을 두지 않는 기업체는 모두 38개 업체로 55세 정년이 29개 업체, 50세가 1개 업체, 60세가 8개 업체로 나타났다. 직위의 차이를 두어 사무직의 경우 55세, 노무직을 50세로 정한 곳이 3개 업체, 사무직 60세, 노무직 55세의 정년제를 택한 기업이 2개 업체였다.
그러나 이 조사의 대상이 된 각급 기업체의 노동자들은 임시직과 보조원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경우다.
실제로 타자수·전화교환 등의 일을 하는 여자노동자의 경우 결혼하면 당연히 퇴직하게 되어있어 결혼연령이 바로 정년연령이 되게 끔 되어 있다.<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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