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등성…서독 그 성공의 비법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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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일·쇼크」등 여러 성장제약 요인 때문에 선진제국의 성장감속의 불가피하게 되었다. 미·일등이 감속하면 한국도 그에 따라 성장정책을 수정치 않을 수 없다. 고도성장의 감속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도 고통도 심하다. 성장감속을 가장 잘 수행한 나라로 서독이 손꼽히고 있다. 경제우등생인 서독경제의 비밀은 무엇이며 어떤 정책을 썼는가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독은 경제정책에 있어서 일관된 기조와 범국민적 「컨센서스」를 그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관된 정책기조의 으뜸은 물가안정을 꾸준히 인내성 있게 추구한다는 것이다.
성급한 경기대책을 위해 통화를 남발하거나 재정적자를 일으키지 않는다. 2차 대전 후 수백만 명의 피난민이 동독으로부터 몰려들어 거리에 실업자의 홍수가 넘칠 때에도 서독정부는 결코 「인플레」적 취로대책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대량실업은 당분간 불가피하니 실업대책으로 「인플레」를 유발하기보다 물가를 안정시켜 최소한의 빵과 고기라도 먹게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당시의 정책기조였던 것이다. 사실상 이 판단은 옳았다.
물론 정부로선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일관된 안정기조의 추구는 수출 경쟁력을 높여 수출산업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자 실업문제는 자동적으로 해소되었던 것이다.
물가안정에 최우선을 둔다는 기조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고 때문에 서독은 선진국중 국제수지가 가장 건전하고 물가 상승률도 제일 낮다. 「오일·쇼크」후의 국제 「인플레」와중에서도 물가상승률이 연 10%안에서 억제 된 것은 서독뿐이다.
안정기조의 견지정책은 몇 차례의 공권이동에 상관없이 꾸준히 계속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물가안정이 지속성장과 국민생활의 평균적 향상의 바탕이 된다는데 정부·기업·국민이 완전합의하고 있는 것이다. 범국민적 「컨센서스」의 바탕 위에서 최선의 정책이 추구되는 것이다. 물론 서독경제도 몇 차례의 위기를 겪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정확한 정책유도를 하고 또 기업과 국민들은 그에 협조하는 것이 스스로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기 때문에 이에 기꺼이 따랐던 것이다.
노사협조가 가장 잘 되면서도 근로자재산형성지원이 가장 완전한 곳이 역시 서독이다. 50연대에 연 평균 8.6%의 성장을 했던 서독경제가 60연대에 들어 첫 정체에 빠졌을 때 서독정부는「마르크」의 5%평가절상을 통해「인플레」없는 번영과 성장감속을 모색했던 것이다.
당시 5%의 평가절상에 대해선 수출에 지장이 온다해서 반대도 많았으나 그후의 경과가 옳은 판단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성장률을 낮추면 노동생산성의 저하→노동「코스트」의 상승→물가상승→국제경쟁력약화→수출정체라는 부작용이 온다. 그러나 서독이 감속경제에 성공한 것은 「타임리」한 평가절상, 국내시장경제 「메커니즘」의 활용, 재정금융정책의 탄력적 운용 등에 원인이 있다.
서독의 경제정책은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에 큰 신뢰를 두고 환율의 신축적 통용, 이자율의 자유화를 일관하여 추구하여 왔다. 서독은 전후 그 어려운 때에도 경제통제를 극도로 피했다. 가격·자본·무역 면에서 대담하자 유학 정책을 단행했다. 그것이 서독경제의 체질을 단련시켜 오늘날과 같은 경제우등생으로 만든 바탕이 되었다.
정책혼용 면에서도 기발하고 충격적인 조처보다 교과서적 전통방식으로 접근한다. 즉 건전 재정을 견지하고 금융 면에선 중앙은행에 독립성을 부여, 중립적인 입장에서 통화를 조절케 하며 특히 경제정책의 급격한 선회를 극도로 삼간다.
정책방향의 예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업가는 안심하고 기업활동을, 국민은 성실히 생업종사를 하게 만든다. 서독 경제가 67년 심한 불황에 빠졌을 때 서독정부는 「경제안정 및 성장촉진법」을 제정, 재정의 경기조정기능강화 등 여러 탄력적인 조처를 신속히 취함으로써 불황탈출의 계기로 삼았다.
이때에도 서독은 성급한 경기회복책 보다도 국제분업에 의한 국내산업구조의 변화, 재정의 탄력적 운용, 환율「메커니즘」의 활용 등에 의해 적정성장·물가안정·국제수지균형을 바탕으로 해서 점진적인 회복을 모색했다. 서독은 특히 국제분업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추구했는데 이에 의해 산업저조의 고 생산성화, 부가가치 높은 지식산업의 개발, 국내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물가안정, 무역규모의 확대 등을 기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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