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배당에 북괴 뇌물공세|리마회의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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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비동맹회의 가입신청을 놓고 남북한간에 벌이고 있는 신경전은 지난 23일 급기야는 「페루」외무성까지 관련된 「호텔」방 사건까지 불러 일으켰다.
「페루」외무성은 회의장소이기도한「크릴리온·호텔」에는 가맹국 중에서도 주요한 나라들, 다른 말썽이 있을 수 없는 나라만 들어가게 했다.
그래서 한국대표단은「세라톤」·「볼리바르」두「호텔」에 분산 수용하고 북괴대표단은 「리비에라·호텔」로 낙착됐다.
외무성은 남북한 어느 쪽에도 「크릴리온·호텔」에는 넣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북괴 측은 허담의 도착을 앞두고 「크릴리온」의 방을 쥐도 새도 모르게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한국대표단은 외무성에 즉각 항의했다. 외무성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알고 보니 북괴는 「호텔」종업원에게 「페루」화1천「솔」(약2백 「달러」)을 집어주고 방금「프랑스」인 부부가 비우고 나간 751호실을 차지해 버린 것. 외무성은 크게 당황했다. 정무국장이 한국대표단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같은 「크릴리온」의 1670호를 알선해주었다.
외무성에 항의하러 갔던 한국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데·라·풀로르」외상은 북괴의 무리한 행동에 비위가 상해 23일 하오로 예정된 허담과의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그러나 결국 이 회담은 실현되었다.
한국과 북괴간의 신경전은 『「호텔」방 사건』을 계기로 욕설과 야유가 튀는 지경까지 「확대」됐다. 한국대표단의 한 대표는 여러 사람의 북괴대표들과「크릴리온·호텔」의 승강기를 같이 탔다.
북괴는 한국대표에게『하나 물었어』하고 시비를 걸었다.
한국대표는 『물긴 뭘 물어 개냐』라고 응수했다. 한국 대표3인이 「크릴리온·호텔」의「로비」「소파」에 앉아 있는 대 북괴중앙통신기자 최시연과 또 한사람의 북괴대표가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한국대표들 옆에 바싹 앉았다. 두 한국대표는 모른 체 했다. 한국 기자가 다가가서 『야, 7·4공동성명정신의 부활이구나』라고 농담을 했다.
그런 농담도 그 자리의 긴장된 공기를 어쩌지 못했다. 최시연은 두 기관 급의 한국대표에게『당신이 누구야』로 시작되는 욕설을 큰 소리로 퍼붓기 시작했다. 많은 대표들의 시선이 그리로 쓸렸다. 결국에는 기자들이 끼여들어서 최를 뜯어 말렸다.
이날 북괴는「리마」의 좌경신문 「엑스프레스」에 두면에 걸친 김일성 선전광고를 실었다.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젊은 한국대표는 그것을 「페루」외무성관리에게 보이고 논평을 구했다. 「페루」외무성관리는 『웃긴다』고 말했다. 그 장면을 최시연이 목도한데서 사건은 발단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국 대표단에 대한 경호는 강화되고 대표단의 작전본부는 도청가능성에 까지 신경을 쓰고있다.【리마=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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