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의 방한러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부인 등 합치면 22일로 69명>
8월 들어서의 미국의원들 방한「러쉬」는 22일까지 하원의원 22명, 상원의원 1명 등 23명에 이르렀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는 72년 민주당 부통령후보로 지명됐다 도중 사임한 거물「이글턴」상원의원도 내한할 예정. 지금까지 동반한 부인 20명과 수행원 26명을 합치면 69명 선에 이르는 대부대가 한국을 다녀간 셈이다. 오는 10월에 이루어질 참전의원협회「머피」하원의원 등 40여명을 여기에 가산하면 올해는 가위 「미 의원 방한의 해」가 될 듯하다.
미 의원들의 방한특색은 대체적으로 △비초청 △부부동반 △자비부담인 점-.
그들의 방한목적은 하원 외무위원들은 청문회에 대비한 자료수집, 세출위원들은 원내활동을 위한 현지시찰로 돼있으며 다른 의원들도 원내활동의 연장으로 방한이유를 설명하고있다.
6진에 걸친 방한의원 24명의 소속위원회는 △세출10명 △외무17명 △군사2명△기타5명.
특히 세출위원의 대부분은 세출위의 13개 소위 중 우리와 이해관계가 큰 방위소위 및 군기지 소위에 속해있어 한국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다.

<일정엔 전방사찰 안 빼놓고>
「초청」이 아니므로 이들을 보살피는 것은 원칙적으로 미대사관. 그렇지만 우리국회는 대부분 3박4일씩으로 짜여진 「스케줄」에 박정희 대통령 방문·경제기획원 및 국방부 「브리핑」·판문점 또는 땅굴 시찰 등의 일정을 집어넣었고 그들도 경제 및 국방관계「브리핑」이나 전방시찰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
세출위원 「팀」을 인솔한 「아다보」의원은 세출위에서 위원장 다음 가는 실력자로서 73년11월 「닉슨」대통령의 거부권행사에도 불구하고 상·하원이 확정시킨 「전쟁권한법」수정안(일명 「아다보」 수정안)의 제안자.
어느 저녁 자리에서「인도차이나」에의 미지상군 투입을 금지한 이 법을 설명하며 노진환 의원(유정)이 김진만 국회부의장과 김룡태 운영위원장에게『이분이 그 유명한「아다보」수정안의 장본인』이라고 소개하자 「아다보」의원은 『한국에 대해서는 그런 법안을 안낼 테니 염려 말라』고 대답. 그래서 모두 웃었다.
중공을 다녀서 귀국 길에 서울에 온 「폴·핀들리」하원의원(공화·「일리노이」주 출신) 은 북괴의 남침가능성을 부정하면서 만약 김일성이 남침을 시도할 경우 중공보다는 소련의 경쟁적인 지원이 커져 이를 원치 않는 중공은 남침도발을 견제할 것으로 본다고 이색이론을 전개했다.

<남침견제에 이색적인 이유>
일부 미 의원들은 비행기로 불과3∼5분의 기습 권에 들어있는 서울이 전방의 초긴장상태와는 대조적으로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했고 민병기 의원(공화)과 만난 어느 미 의원은『오기 전까지는 땅굴에 대해 반신반의했었다』고 실토.

<초선의원 일수록 비판적>
미 의원들이 내정문제보다는 안보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이 안내를 맡은 의원들의 공통된 얘기.
그들도 초선의원일수록 비판적인 경향아 많은데 일본인 2세로 75명의 하원 초선 의원 「클럽」회장인「미네타」의원은 판문점을 돌아보며 『북괴의 선전이 얼마나 허위라는 점을 알았다』고 했고.

<"경찰국가처럼 여겼었다">
세출위의 「지아아모」의원은 『경찰국가처럼 개인의 향락생활은 없다고 생각했으나 요정서 마시고 노는데 아무 지장이 없더라』고 부드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외무위의 「솔라즈」의원만은 일행과 떨어져 혼자 우리의 인권문제 등을 조사했다는 후문.
일부 의원은 방한 중 재야인사와도 접촉했고 5명의 외무위원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 제1진을 인솔했던「울프」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기본권·언론자유문제 등을 거론했다. 「울프」의원은 하원 외무위가 청문회를 열어 한반도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예고까지 했고….
이들을 접대하기 위해 국회의장단을 포함한 국회간부, 영어실력을 갖춘 16명의 여야의원이 동원됐고, 이범준·서영희(유정)의원 등도 나서 여성의원인 「페티스」의원 등을 접대했다. 기생「파티」는 주로 C각·S각 등에서 이루어졌다.

<기생파티 시비대상 되기도>
외빈접대와 관련해 기생「파티」가 시비의 대상이 됐다.
『기생들의 풍악소리 속에서 무슨 진지한 얘기를 나누겠는가. 기생 「파티」는 여성학대를 보여주는 반 외교행위다』라는 비판.
그러나 어느 의원은 『외국인들은 기생「파티」를 춤과 노래 등 고유민속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옹호론을 폈다.
이번 방한의원 중 대부분이 부부동반이지만 그들도 거의 다 기생「파티」의 대접을 받았다. 부인도 함께 참석하는 대신 음식과 춤·장구·노래만을 즐기게 하는 방식. 어느 미 의원의 부인은 선물로 받은 한복을 입고 함께 아리랑을 추는 등 흥겹게 어울리더라는 것. 여성의원인 「페티스」의원도 기생「파티」에는 나갔다는 것.

<잡음 막기 위해 대책위 취소>
공화당과 유정회가 지난 19일에 이어 22일 다시 갖기로 했던 의원외교대책회의는 갑자기 취소됐는데 방한의원들의 일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생 「파티」시비 등 잡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
지난번 회의에서 이 문제를 강병규 의원 등이 제기한데 대해 국회의장단 등은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고 이병희 무임소장관은 22일『한일외교까지도 먹칠을 하게됐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나 미국의원을 상대로 한 초청접대외교의 반성론으로 ▲중구난방 식의 일괄성 없는 접대지양 ▲요정 아닌 가정초청 ▲어학무능력자의 배제 ▲1대1의「맨·투·맨」식 접근 등 여러 갈래 의견이 제시된 것은 사실이다. 대 일본의회외교 못지 않게 앞으로 대 미국의회외교가 활발히 전개될 조짐이어서 접근 방법론의 개선은 본 과제가 되어가 고 있다.<신용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