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뱀장어는 정력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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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렇게 더울 때는 뭐니뭐니해도 뱀장어가 제일이야. 염제가 마지막 기승을 부릴 때 뱀장어를 구워 먹으면 병을 모르고 정력이 왕성해진대.』『그렇지만 뱀장어는 너무 기름기가 많지 않아?』『그러니까 더욱 좋지』『아니야. 더군다나 자네처럼 혈압이 높은 사람에겐 기름기 많은 뱀장어가 오히려 해로울지 몰라. 다른 요리를 시키도록 하지.』
『그렇지 않대도 우기는 군. 뱀장어 기름기는 고혈압에 오히려 좋다고 들었어. 그리고 소화가 아주 잘 되지.』
뱀장어가 영양학적으로 그다지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일축해 버리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여름철엔 뭐니뭐니해도 정력 강장에 뱀장어가 으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뱀장어에 넘쳐흐르는 기름기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이론이 많다. 지금 식당에서 서로 자기의 지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동물성 지방은 성인병을 두려워하는 중년기 이후의 사람들에겐 좋지 않다. 이들 동물성 지방은 혈관 벽을 약화시키고 피를 더럽혀 고혈압·동맥경화증·당뇨병을 유발 흑은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뱀장어에 넘쳐흐르는 기름기도 분명 동물성 지방이다. 그래서 성인병을 앓거나 앓을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것 같다.
그러나 뱀장어의 기름기는 돼지고기나 쇠고기가 지니고 있는 기름기와는 전혀 다르다. 식물성 지방과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대부분 고급 불포화 지방산이다.
이 물질은 식욕을 현저히 증가시키고 말초 모세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며 몸의 생기를 왕성하게 해서「스태미더」를 증진시키는 작용으로 유명하다.
또 성인병의 예방은 물론 치료 효과까지 발휘한다. 그래서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고혈압·동맥경화증·당뇨병·비만증·허약 체질자들을 위해 특별히 고급 불포화 지방산 식품을 통조림으로 해서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뱀장어의 영양학적인 가치는 고급 불포화 지방산에만 있지 않다. 지극히 소화가 잘 되는 단백질을 다량, 그리고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점 또한 정력 강장제로서 뱀장어의 평가 대상이 된다.
소화력이 좋은 양질의 단백질이 뱀장어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장수 물질인 「칼슘」도 1백50㎎%나 들어있다. 「비타민」A의 함량이 3천 IU (국제 단위)나 된다는 사실 또한 특기할만하다.
따라서 성인병이 두렵다고 해서 뱀장어를 멀리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뱀장어를 요리할 때는 굽든지 열을 가하는 것이 좋다. 날로 먹는 것은 위험하다. 뱀장어에는 용 혈작용을 일으키는 유독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
이 성분은 열에 약해 굽기만 하면 파괴되어 버린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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