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새 찬반 논쟁 「국가 기밀 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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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 기밀의 보호를 위한 조치는 이미 필요 이상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나는 본다.
정부에서 국가 정보 사항을 극비 사항으로 분류하는 과정이 혼란에 빠져 있다. 분류 담당자들은 국가 안보보다 자신과 상사의 직위 안보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정보 분류 업무에 종사했던 한 관리는 최근 증언에서 비밀 사항으로 분류된 정보의 99%가 잘못된 것이라는 흥미 있는 말을 한바 있다.
나는 정보 기관을 보호할 필요성보다 오히려 기자와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취재원을 밝히는 것을 거부할 수 있도록 기자들의 신뢰에 관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공식적인 보도자료로는 나오지 않는다. 기자들이 파헤치거나 정부가 부당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관리들의 정보 제공으로 그런 보도는 가능하다.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 할 정보를 정부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될 때 담당 관리가 이를 기자에게 슬며시 알려줘서 보도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다.
그렇다고 모든 국비 사항이 누설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어떤 것 중에는 당연히 발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즉 극비 사항 분류는 공정하게 해야 된다는 뜻이다.
암호로 표기되는 정보, 군사 작전 계획, 무기 조작법, 제한된 원자 자료 등 주요한 국방 사항이 극비 사항임은 말할 나위 없다.
「국가 안보」라는 막연한 「캐치·프레이즈」로 별의별 정보가 모두 「비」로 분류되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기타 많은 「스캔들」이 소위 「국가 안보」라는 미명으로 정부의 비행을 호도한 것은 좋은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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