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사회」 (게젤샤프트)화하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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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궁금한 중요 계층의 의식>
중앙일보는 광복 30주년을 기하여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식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것은 매우 뜻깊은 기획이며 우리가 오늘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짐작하는데 중요한 시사를 주고 있다.
다만 이 조사의 결과를 이해하는데는 몇가지 전제적 지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첫째는, 이 조사가 엄격한 의미에서 「의견」의 조사지 「의식」의 조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의견」은 흔히 「의식」을 그대로 나타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광복 3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평소에 실제로 생각하는 것보다는『민족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사회에서 자주 듣고 있는 말에 맞추어서 응답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세째로는, 질문과 질문의 각 「카테고리」가 조사자에 의해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응답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문제들이 노출되지 못했을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네째로, 국민 전체의 의견 또는 의식을 아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 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사회 계층의 응답이 어떤가 하는 것으로 아는 것은 더욱 긴요한 일인데 신문에 보도된 것만으로는 그것을 알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일어 열, 「필요」 아닌 「수단」>
적어도 신문에 나타난 것으로 볼 때 국민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갖는 가장 깊은 관심사는 첫째 튼튼한 국가 안보, 둘째 경제적 안정과 번영, 세째 부정이 없이 깨끗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절실히 희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오랫동안 같은 동양인인 일본인에 의해서 시달린 우리 국민들은 미국을 비롯하여 서구의 제 국가에 대해서 극히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6·25의 참변을 겪고 지금까지도 위협의 근원이 되고 있는 공산 국가들에 대해서 가장 비우호적이고 일본에 대한 불신감은 아직 상당히 강하게 표시되고 있다.
세부적인 분석 결과에 의하면 반일 감정은 오히려 20대에 더 심하다고 한다. 만일 그렇다면 반일적 관념은 의외로 젊은 세대의 의식의 심층에까지 깊이 깔려 있으며, 일어를 배우려는 경향이 젊은이들 사이에 강하다는 것은 일본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필요에 의한 수단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는지 모른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통일되면 생활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사람이 14%나 된다는 것은 수는 적지만 주목할만한 일이라고 생각되며, 그들이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고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알아볼 만한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국민들은 분명히 통일을 원하고 있고 다소의 혼란과 고통이 있어도 달성해야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이 조속히 올 것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가족·가정 위주의 한국인>
개인적인 차원에서 말한다면 국민들은 첫째 가족의 안전, 둘째 자녀의 교육, 세째 생계의 유지, 네째 건강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주어진 「카테고리」에 따라서 「체크」했기 때문이며 방법을 달리하면 다소 다른 답이 나올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된다.
가령 떳떳하고 충분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을 마련한다든가, 주택 문제 같은 것도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제기될 수도 있지 않을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보장된 경제 생활과 자녀의 교육이 대부분의 한국인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관심사가 되어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국민들 중에 현재에 대해서 크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으며 오히려 다소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표시되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이다.
응답자의 55%가 「남다른 노력」에 의해서, 또 19%가 「뛰어난 재능」으로 말미암아 잘 사는 사람이 잘 살게 된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적 힘이나 관의 힘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41%나 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야 할 점이 아닐까 느껴진다.

<긴요한 사회 정의의 구현>
응답자의 약 30%는 「백」이 그래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45%는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오늘의 특징으로 「번영」(35%) , 다음에 「불공평」을 지적한 사람 (20%)이 둘째로 많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사회 부조리의 제거와 사회 정의의 구현은 긴급을 요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끝으로 국민들은 도시화, 공업화의 진전에 따라 차차 「게젤샤프트」 (이익 사회)적인 성격을 갖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직장과 가정의 두개의 생활상을 고달프게 왕복하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사람도 갖지 못한 채」가정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 국민의 대부분은 보수적이며, 여권 신장이나 특히 성의 보다 넓은 개방에 대해서는 크게 호의적인 별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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