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해방의 감격이 아직 온 누리를 뒤덮고 있던 1947년4월19일 태평양을 건너온 쾌보 하나가 또 한번 민족의 정열에 불을 질러 반도 삼천리는 열망하는 환성으로 진동했다. 『한국의 건아 서윤복, 제51회「보스턴·마라톤」대회 제패-.』 서윤복씨(52)의 월계관은 어수선한 내외 정세 속에서 건국 준비로 부산하던 이 민족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자긍과 용기를 심어 줬다.
일제하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씨가 이룩한 장거가 『수치스런 영광』이라 한다면 그 11년 후 서윤복씨의 이 쾌거는 희망의 뜨거운 횃불이며 전진의 푸른 깃발이었다.
그의 가슴에, 그리고 「보스턴」하늘에 선명히 빛나는 일장기 아닌 태극기를 보고 「코치」로 동행했던 손기정씨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지만 그 복받침은 곧 겨레의 마음이었다.
『8개국에서 1백55명의 선수가 참가했는데 앞가슴의 태극기가 그럴 수 없이 자랑스러웠지요. 월계관을 썼을 땐 그저 빨리 귀국하고 싶은 생각뿐이고 배로 한달 만에 인천에 닿자 부두를 뒤덮은 태극기와 환성이 눈물에 젖어 아물거리기만 했습니다.』
그의 기록은 2시간25분39초로 당시 세계 신기록이었다.
23년 서울 태생으로 숭문 중을 거쳐 고려대를 졸업.
현재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이며 서울운동장 장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