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경기 회복책을 도우려 해도 서독은 능력 없고 불은 의사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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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독 경제는 지난25년간 줄곧 번영을 누려왔다. 그것은 수출과 투자의 호조가 안겨 준 선물이었다.
따지고 보면 연평균5%의 GNP(국민총생산)성장률은 세계무역의 지속적인 신장 덕분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서독 경제는 구조적으로 세계 호황의 열매를 따먹도록 되어 있을 뿐 「붐」을 주도해 나가는 기능은 없다. 이점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현재 서독의 수출 및 투자액은 GNP의 절반을 상회하는 1조「마르크」에 달했으며 이것은 영국GNP의 두 배나 된다.
하지만 72∼73년도의 경우 서독은 국내 수요가 감퇴하고 있었다. 국내 수요의 감퇴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해외 수요의 폭발적 급증과 여기에서 얻은 2백억「달러」의 무역 흑자 때문이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서독의GNP는 72년 상반기∼74년 사이에 도합7.75%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6.5%는 무역을 통해 달성했던 것이다.
서독이 낮은 「인플레」로 세계 각국의 선망을 받은 것도 결국 이와 같은 구조적 장점 덕분이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서독 경제의 이러한 구조적 장점이 약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있다.
즉「마르크」화의 평가 절상으로 「인플레」억제에는 성공했지만 GNP의 25%에 달하는 투자부문과 30%에 달하는 수출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올 상반기의 경우 민간부문의 투자감소와 수출실적의 감퇴는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소비도 감소 일로다.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활력을 집어넣으려고 공공부문에서의 지출을 대폭 확대했다. 올해 안에 총6천만「마르크」의 재정적자를 감행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GNP의 6%에 달하는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호전될 기미는 안 보인다. 사실 재정적자의 3분의2가량은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 때문이다. 결국 나머지 3분의1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수요 자극제인 셈이므로 큰 기대를 건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서독이 그 동안의 침체를 「커버」하자면 76년과77년에 연 10%씩의 성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슈미트」수상이 기어이 이 목적을 관철하고자 한다면 재정적자의 폭을 현재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
「슈미트」정부가 이와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서독은 세계경제의 호황에서 열매를 따먹을 능력은 있어도 침체한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능력은 없다는「슈미트」수상은 올 가을에 기껏 5백억「마르크」를 쓰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것은 경기 회복에 필요한 최소 필요액의 10%밖에 안 되는 돈이다.
반면 「프랑스」의 입장은 훨씬 다르다. 「프랑스」 역시 지난 25년간 연 평균5.75%의 쾌속성장을 거듭했고 방대한 무역 흑자를 올렸으나 흑자폭이 너무 커져서 국내경제가 과열상을 보이면서 서슴치 않고 「프랑」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오일·쇼크」이후 「프랑스」경제가 걸어온 길도 특이하다. 처음에는 아무 탈없이 평온을 유지하다가 「인플레」와 무역흑자의 협공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수입원자재 가격의 급등 때문이었지 결코 「프랑스」공업의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프랑스」는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인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병인이 옛날과 달랐으므로 옛날의 처방이 약효를 낼 리가 없었다.
결국 「지스카르-데스텡」대통령은 수입규제에 의해 무역적자 문제를 호전 시켰다. 그리고 「인플레」재연을 각오하면서까지 재정적자 확대로 경기진흥책을 쓸 의사는 추호도 없다. 이상의 결과를 놓고 볼 때 미국이 오는 가을부터 서독·「프랑스」·일본 등의 협력을 얻어 세계경기 회복책을 쓰려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서독은 협력할 능력이 없고 「프랑스」는 용의가 없기 때문이다. <영 이코너미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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