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에서 국익으로 … 중국 국방 정책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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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오른쪽 앞)이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한 인민해방군 대표들과 만나 강군 건설을 주문했다. 시 주석은 이날 전인대 인민해방군 전체회의에서 “국가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한 강군 건설이 내 어깨에 있다”고 역설했다. [베이징 신화=뉴시스]

중국의 국방개념이 기존 ‘영토 국경’에서 ‘이익 국경’으로 확대되고 있다. 군이 영토나 영공, 영해 방어는 물론 경제와 문화, 자국민 보호 등 모든 부문의 국가이익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불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폈다. 그는 11일 전인대 인민해방군 전체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한 국가이익과 핵심이익을 포기하거나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목적을 위한) 강군건설의 책임이 우리들 어깨에 있으며 반드시 그 책임을 완수해 인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양회서 “국익 희생 않을 것” 

시 주석이 군 본연의 임무인 국토방위 대신 국익 보호를 집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국방의 개념을 미국식 ‘이익 국경’ 개념으로 바꾸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미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어서 향후 동북아 정세에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이날 회의에서 전인대 군 대표들은 시 주석보다 더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올해 아시아·태평양 정세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과 중·일 간 영토분쟁 등으로 냉전 이후 가장 심각한 조정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군의 전략 변화를 촉구했다.

 인민해방군 소장인 천저우(陳舟) 군사과학원 전쟁심리와 전략 연구부 연구원은 “세계 정치와 경제중심이 서방에서 동방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경쟁이 심해지고 다양한 분쟁이 돌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가이익에 대한 큰 위협이고 따라서 군의 방어 개념이 영토나 영해·영공에서 이익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인터넷 이익 보호도 국방

 미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에서 일본을 지원하고 대만에 첨단무기를 판매할 경우 중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국방의 개념이라는 의미다. 또 남중국해의 경우 중국 선박의 80%가 이용하는 해상로에 대한 안전 확보도 국경 방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란충웨이(<5189>崇偉) 인민해방군 정보화학원 연구원도 “경제 세계화, 인터넷 보급 등으로 전통적 의미의 영토 개념은 사라지고 모든 영역의 국가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국방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제, “이를 위해 군은 국가이익 보호가 국방이라는 ‘이익 국경’의 개념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구의 인력을 벗어나 우주에서의 국익도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우주 국경’ 개념도 빨리 시행해 이익을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화 시대 전술·전략 강화”

 이와 관련, 중국 정부의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지난 1월 공개한 ‘아태지구 발전보고 2014’에서 인터넷을 중국의 핵심이익과 파워로 규정하고 정부에 국가 인터넷 이익 수호를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이 조장을 맡은 인터넷영도소조를 지난달 출범시켰다. 중국의 인터넷 안전이 위협을 받을 경우 이를 국방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전인대 대표들은 ‘이익 국경’ 개념 실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시 주석은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을 국가이익 방어를 위한 ‘핵심전략’이라고 평가하고 ▶부대의 정보화 ▶정밀타격 능력 향상 ▶(핵)전략 위협과 방어능력 제고 등을 주문했다. 제2포병은 병력이 약 13만 명으로 450여 기의 핵 미사일과 수만 기의 각종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류레이(劉雷) 신장(新疆)군구 당위원회 서기는 “이익국경 개념 실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기의 선진화보다 장병들의 군사지식과 정신능력”이라고 전제하고 “새로운 국방개념 전환을 앞두고 정보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술과 전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이익국경[利益邊疆]=1980년대 말 미국 등 서구에서 시작된 국방 개념. 영토방위를 넘어 자국의 모든 이익 보호와 극대화를 위해 군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으로 미국이 항공모함을 앞세워 국제문제 개입을 강화하는 이론적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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