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찾는 땀의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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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른 새벽부터 산에서 돌과 자갈을 캐「리어카」에 실어 나르고 하천의 흙을 퍼 올린다. 30도를 넘는 불볕 속에 젊은 남녀대학생들은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농촌봉사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중흥리. 한동일 교수인솔로 성균관대학교 학도호국단 봉사대원 21명 (남12·여9) 이 지난달 29일부터 벌이고 있는 마을중간 하천교량 공사장.
비만 오면 물이 불어 길이 막히는 불편을 겪어 오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곳의 다리공사는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에 손을 대면서부터 마을사람들까지 총 동원 되다시피 해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고있다.
이들이 봉사대를 짠 것은 대학 안에서의「서클」활동이 금지됐던 지난5월.
전 사범대학 학생회장 민우식군(23·수학교육과3년)을 중심으로 하계 봉사 반이 짜여졌고 효과적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현지답사까지 실시했다.
『90여 가구의 마을은 아직도 상투를 튼 노인이 있을 정도로 보수적이며 비교적 부촌이기는 하나 교육열은 낮은 편이고 마을 발전을 위한 조직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주민들의 융화가 바람직한 편이 못되어 마을발전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사전답사로 분석된 이 마을의 실상(실상).
봉사대원들은 교량공사 외에 의료봉사활동 및 어린이 방학지도, 연령별로 교양강좌 활동도 벌이고 있다.
보건소장조차 공석인 괴산군에서 가장 큰 애로점은 의료혜택.
봉사 반은 수련의 1명과 간호원2명을 지원 받아 지난 3일부터 피부병치료를 비롯, 구충작업·가족계획에 이르기까지 보건위생에 관한 주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있다.
봉사 반이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마을 발전의 모체가 될 수 있는 조직체를 육성하는 것. 마을 주민들을 연령층으로 나누어 매일 저녁 토론과 강좌를 통해 마을발전을 위한 의지를 한 곳으로 모이게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여학생들은 어린이들을 위해 미술과 음악·무용 외에 방학과제를 지도, 어린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문교부와 학교에서 지원해준 5만6천8백원 외에 각자 5천원씩 자기 돈을 내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학생들이 도착하자 한번도 봉사단이 와본 일이 없는 이 마을 주민들은『서울학생들이 공연히 못된 풍조나 남기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차가운 눈초리를 보냈으나 억척스런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시작되자 일손이 빈 주민들도 삽을 들고 나서게 됐다.
학생들은 도착 즉시 이곳 백마국민학교를 숙소로 정하고 자취를 하며 첫 날부터 폭5m, 길이 2·5m, 높이 1m의 다리공사에 손을 댔다.
손끝만큼도 주민들에게 패를 끼치는 일없이 묵묵히 일을 하게되자 마을 사람들은 국수를 삶아 오기도 했고 옥수수와 감자를 함지 가득히 쪄오기도 했다.
그 동안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지켜본 이 마을 최고령자인 김영배 할아버지(94)는『내년에도 다시 오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고, 백마국민교 5년 유기열군(12)은 대학생선생님들이 어떻게 재미나게 가르치는지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봉사활동에 참가했다는 김태정양(수학교육과1년)은『짧은 기간동안의 봉사활동이지만 퍽 뜻 있는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괴산=최근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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