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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로 남겨진 2천년의 시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중국 호북성의 한 고분에서 발굴된 2천1백여년전의 유체는 세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우선 거의 완전한 시신의 상태로 20세기동안 보존되어 온 그 방부 기술이나 매장법에 있어서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지하 20m속에 묻혀 있던 이 시체는 3중의 관에 안치됐었고 내관엔 붉은 물이 가득했다고 전한다. 그 묽은 물이 유화 수은 성질의 방부제가 아니겠는가 추정하는 의견들이지만 막상 중공 당국이 그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없으므로 그저 궁금한 얘기일 따름. 재작년 장사의 마왕 퇴고분에서도 관속의 붉은 물에 잠긴 여인의 시체가 발굴된 바 있지만 중공 학계는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한 일은 없었다. 따라서 어떤 평가도 할 수 없다는 게 국내 고고학계의 반응.
우리나라의 경우 근년 경기도 양주 및 수원 인근에서 이조 중엽에 매장된「미라」가 발견됐다고 해서 떠들썩했었다. 관 속에 밀폐된 채 부식되지 않은 시신으로 엄밀하게는「미라」는 아니었다. 공기 중에 노출되자 즉각 꺼멓게 변색됐고 토중에서 이미 부식 과정의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때 이 시체는 서울대의대 해부학 교실에 기증 돼 조사 받았지만 방부제를 사용한 흔적은 전혀 없었고 단지 밀폐된 관과 땅속의 어떤 조건 때문에 그만큼 보존됐으리라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었다.
중공에서 발굴된 2천여년전의 시체는 방부제를 썼으리라는 데 주목의 초점이 있다. 고대 「이집트」의「미라」도 방부제를 썼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미라」는 인공적으로 완전 탈수시킨 건조 보존법인 까닭이다.
「미라」란 말은「포루투갈」어. 본시「아라비아」말인「무미야」는 「역청에 처리한 물건」이란 뜻이다.「이집트」의「미라」는 초기엔 시체에「소다」를 바르고 포로 두껍게 감았으나 이어 내장을 빼내 부패를 막았고 나중엔 뇌수와 내장을 모두 제거한 시체를 소금이나「소다」수에 여러날 담갔다가 완전 건조시켜 향료와 방부제를 썼다. 이때 가장 중요한 방부제는 천연의 탄산「소다」즉「나트륨」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고대에 사용될 수 있는 방부제도 역시 광물성 생약임에 틀림없다.
서울대 약대 생약학 이상섭 교수는 진사라는 수은제제가 아닐까 추정한다. 진사는 색깔도 붉어 상당히 신빙성이 있으나 그것은 혈관에 주입해야 약물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당시 주입 기술을 생각키 어렵다는 얘기.
오늘날 시체 방부에는 우선「글리세린」을 발라 부드럽게 하고 방부와 굳는 것을 막기 위해「포르말린」·석탄산·「알콜」 등을 사용하며 심지어 혈색을 나타내기 위해 약품 처리하는 방법까지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의대 해부학 이명복 교수는『현대 약품의 효과보다도 매장지의 지질과 물에 잠겨 균이 발생할 수 없는 조건 등 우연히 부패되지 않을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견해이다.
역시 중공 당국의 연구 결과를 기다릴 밖에 없고 그래도 신비의 수수께끼는 그대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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