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세후의 물가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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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방위세와 물가정책을 어떻게 연관시킬 것이냐 하는 정책에 혼선이 일고 있는 것같다. 정부일각에서는 방위세법을 제정하고나서 곧 이를 구실로 한 가격인상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며칠후에는 2%정도는 기업에서 흡수하고 그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가격인상을 허용한다고 수정발표 되었었다.
이제 그것이 다시 업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으로 바뀌었으며, 다만 과도한 인상은 사후에 규제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부분의 공산품가격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을 벗어나 이를 시장기능에 따른 자율적인 가격에 맡기겠다는 정책을 표명한 것은 물가정책상의 일대전환이라 하겠으며 원칙상 옳은 결정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다만 물가당국자의 이같이 잦은 정책변경 때문에 업자들 사이에는 약간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왜 이런 혼선이 일고 있느냐하는 근본요인에 대해서는 깊은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먼저, 방위세법제정 자체가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후유증에 대한 대책을 예상하지 않아 정책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의 내외정세로 보아서 국가방위를 위해 증세해야겠다는 방침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국민의 안보의식이 그처럼 고조되어 있는데 대한 보답으로서라도 행정부는 가장 합리적이고도 부작용이 적은 증세방법을 강구했어야 마땅했다. 너무 조급하게 세금을 거둬들이는데만 생각이 쏠려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내는데 소홀했음은 추후에라도 시정되어야 할 대목이다.
다음으로 방위세법의 구조자체가 사실상의 별도관세 및 물품세부가세등 물가구조와 직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따른 물가대책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소관부의 잘못이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더우기 수출용 수입에는 면세조치를 한 것으로 보아 내수용은 관세와 물품세로 이중부과되도록 처음부터 설계된 세법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제품의 성질에 따라서는 가격인상요인이 매우 클것도 자명한 이치다. 따라서 과세대상품목별로 충분한 가격인상요인을 계산해서 방위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마땅했다.
과도인상에 대해서는 사후 규제키로 한다는데에도 약간의 문제는 있다. 왜냐하면 사전이든 사후이든 과도인상을 정부가 판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품목별로 방위세가 가격인상에 미치는 효과를 능히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비록 품목별로 정부가 가격인상을 허가하지는 않더라도 가격인상 요인을 계산해서 국민에게 미리 공표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업자도 과욕을 부리는 것을 삼가게 될 뿐만 아니라, 국민도 가격조정의 적부적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80년까지의 시한세법인 방위세법을 시한까지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일반세법으로 흡수하는 작업을 서둘러 준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도 깊이 검토해 볼 일이다. 어차피 재정은 팽창되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세제개혁작업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며 방위세법 해당세액을 일반세법으로 흡수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반세법으로 세금을 내든, 특별법으로 내든, 국민이 세금을 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라면 일반세법으로 흡수하는 것이 조세체계의 합리화를 위해서도 옳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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