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향 모색하는 가요계|예륜의 금지곡사태에 자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예술문화윤리위(위원장 조연현)가 6윌과 7월 두차례에 걸쳐 88곡의 노래를 방송 및 판매금지조치함에 따라 가요계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12일 『그건너』 『한잔의 추억』 (이상 이장희작사·작곡·노래), 『미인』 (신중현작사·작곡·노래)등 「히트」곡을 포함한 45곡의 노래가 「예륜」에 의해 금지곡으로 결정된후 표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요계의 움직임은 두가지로 분류할수 있는데 그 하나『심의기준이 완화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같은 심의기준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새로운 자세로 가요활동에 임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움직임은 각기 그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들 양자사이의 견해차가 얼마나 좁혀질 수 있는가에 따라 우리 가요계의 새로운 방향이 정립될 것 같다. 작곡가 박춘우, 작사가 정두수씨등에 의해 전개되고 있는 심의기준완화서명운동이 대다수 가요인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을 보면 최근 「예륜」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가요심의가 가요계전체에 의해 절대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들의 서명운동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작사자·작곡자·가수등 3자에 의해 완성된 노래가 어느 한쪽의 잘못에 의해 금지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으로 상식적인 고려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박춘석씨에 의하면 『가령 가사만 저속하다면 그곡자체를 금지시킬 것이 아니라 가사만을 바꾸게 하는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가요의 방향에 대폭적인 수술은 필요없다』는 이들의 견해와는 달리 몇몇 가요인들은 『비록 부분적인 것이었다고는 해도 우리가요가 퇴폐풍조를 띠어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보다 건전한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작곡가 이봉조씨에 의하면 『금지곡가운데 곡의 퇴폐, 혹은 저속이 이유가 됐던 것은 전체의 10분의1밖에 안된다』는 것이며 따라서 『곡의 경향이 특별히 달라지지야 않겠지만 우리사회의 여러가지 현상으로 미루어 가요인들이 스스로 사회분위기에 알맞는 노래들을 만를어 내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두차례에 걸친 심의결과 가장 타격이 컸던 이장희·신중현씨등은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쨌든 우리가요가 서서히 새로운 경향을 띨 것은 틀림없지만 「예륜」심의 때문에 가요활동이 침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심의기준에 조금이라도 모순점이 있다면 즉각 시정돼야한다는 것이 가요인들의 한결같은 여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