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지사태 후의 경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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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76회계연도 대외 군원안이 행정부에 의해 곧 의회에 제출된다. 미국의 최대수원국이었던 월남과 「크메르」가 붕괴된 후 처음으로 성안되고 확정될 이번 원조안은 미국의 새로운 대외정책 및 군사전략의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특별히 의미 있는 관심사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인지사태 후 구주와 함께 가장 중요한 미국의 전진 방어지역으로 선포됐고, 의회와 행정부 지도층이 다같이 대한공약을 잇달아 확약한 바 있어 그것이 어떻게 군원에 반영될지 궁금한 일이다. 미국의 대한 군원의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다음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인도차이나」사태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구두상의 공약 다짐은 풍성하다 못해 포화상태까지 이른 느낌이다.
「포드」 미대통령 자신이 한국에서의 전술 핵무기 사용을 시사했고 「슐레진저」 미국방장관은 전술 핵사용을 한층 구체적으로 암시, 『북괴가 남침하면 북괴 군사력의 심장부를 강타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이 나라 「최고의 법률」이다』는 고압적인 표현을 주저하지 않았다.
주한1군단장은 「9일 전쟁」 계획이라는 것을 비공식적으로 미국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에 공약의 확인을 「행동」으로 촉구했다. 한국이 바라는 「행동에 의한 공약」의 확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현대화 계획을 위한 군원의 대폭 증액과 한국이 요구하는 장비의 제공이다.
미국이 한국의 그런 요구를 어디까지 만족시킬 것인가는 이번 주 「포드」 대통령이 의회에 보내는 나라별 원조 보따리에서 판명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는 한국에는 만족과 미흡의 교차로 같은 시기가 된다.
「포드」 「슐레진저」 「키신저」의 공약 재확인이 아무리 강력해도 인지사태 이후의 첫 회계 연도가 되는 금년의 군원이 수준이하면 공약은 「공약」으로 드러나고 만다.
71회계 연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착수된 15억「달러」 규모의 한국군 현대화 계획은 시한연도가 되는 FY75가 끝나는 지난 6월30일 현재까지 숫자상으로는 70% 정도밖에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은 현대화 계획을 위해서 지난 5년 동안 한국에 제공했거나 75회계연도처럼 제공하기로 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은 무상군원의 액수는 71년 2억9천2백만, 72년 1억5천만, 73년 1억1천9백만, 74년 1억3천5백만, 그리고 75년 1억4천만「달러」로 모두 약 8억4천만「달러」다.
15억「달러」의 현대화 계획은 형식상 현금으로 제공하는 12억5천만「달러」의 무상군원과 잉여장비로 제공하는 2억5천만「달러」로 구성돼있다.
따라서 미국이 약속한 12억5천만「달러」의 무상 군원 중에서 현대화의 시한이 지난 지금까지 약 4억「달러」가 밀려 있다.
현대화를 77회계연도까지 2년간 연장한다는 방침도 이 4억「달러」를 앞으로 2년 동안에 한국에 제공하여 적어도 숫자상으로나마 현대화 계획을 완료한 것으로 간주하자는 계산에서다. 여기서 「적어도 숫자상으로나마」라는 표현을 쓰는 까닭은 「인플레」가 침식한 장비의 구매력은 아예 계산할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벌써 당초의 계획은 차질이 났지만 나머지 4억「달러」를 앞으로 2년 동안에 한국에 주자면 이번 주 의회에 통고하는 나라별 액수에서 한국 몫이 적어도 2억「달러」이상은 돼야한다.
행정부 소식통은 지난주 나라별 액수가 인지사태 이후 재조정되느라고 의회 통고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하여 인지 덕택에 한국에 배정되던 액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나 행정부가 원조자금을 요청할 때는 어떤 특정한 나라에 그만큼의 원조를 제공해야 하는 「필요성」과 함께 그것을 의회가 그대로 통과시킬 것인가 하는 「가능성」까지 계산한다.
인지사태이후 한국에 대한 의회의 분위기가 호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원의 「프랭크·처키」, 하원의 「도널드·프레이처」나 「레오·라이언」같이 75회계연도처럼 한국의 내정문제를 결부시켜서 대한군원 액수를 난도질하거나 한·미 방위조약에 인권조항을 넣자고 주장하는 수정안으로 원조삭감을 시도할 채비를 하고 있는 의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포드」대통령의 원조 보따리에서 한국의 차지가 얼마나 될 것인가도 중요하고 궁금하지만 행정부의 의회설득 대책·의회의 반응도 한국군 현대화 계획의 앞날을 위해 큰 관심사다.
그러나 인지사태이후 「포드」 대통령의 대의회 입장이 상당히 강화되었고 또 의회 안의 진보파 의원들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반적으로 완화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제출되는 군원은 최근 수년의 경우에 비해 어려운 고비가 적을 것이라는 낙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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